경제 · 금융

[한화] 대한생명 인수 강한의지

다윗(한화)이 골리앗(대한생명)을 인수할 수 있을까?재계 랭킹 10위권의 한화그룹이 별들의 전쟁을 방불케하는 대한생명 인수전에 출사표를 던졌다. 한화그룹은 일본 등 2개 이상의 유명 외국 금융기관과 손잡고 7일 대한생명 2차 입찰에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한화는 이날 김승연(金昇淵)회장이 직접 제안서를 들고 금융감독위원회를 방문하는 등 대생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반면 가장 큰 경쟁자였던 LG그룹은 이날 대생 인수전을 포기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한화그룹만이 대생 인수전에 뛰어든 것이다. 따라서 리젠트 퍼시픽, 파나콤 등 외국계 거대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대한생명 2차 입찰에서 한화가 새로운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한생명 인수는 그룹능력(자금사정 등)에 비해 버겁다』며 인수전 참여를 공식부인해온 한화가 전격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그만큼 자신을 가지게 되었다는 뜻. 한화그룹측은 『일본 및 미국 등 2개 이상의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 부족한 자금력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게 됐다』며 『그동안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축적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인수전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화는 한화에너지, 바스프우레탄 등 알짜사업을 매각한데 이어 한화종합화학, 한화증권, ㈜한화 등 계열사의 유상증자를 통해 약 7,0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외국기업의 도움을 받을 경우 인수에 큰 문제는 없다는 것이 그룹의 입장이다. 한화는 특히 그동안 구조조정을 통해 화학 일변도의 사업구조를 개선하고 증권·투신 뿐인 금융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대한생명 인수전을 준비해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화가 대한생명 인수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재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는 대한생명 처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부의 방침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무엇보다도 한화가 5대그룹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최근 대한생명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LG그룹에 대해 『부채비율 축소 등 구조조정을 마무리하지 못한 대기업이 주력업종이 아닌 업종에 신규투자는 곤란하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LG가 대생 인수를 포기함에 따라 국내 기업으로서는 유일하게 한화 컨소시엄이 후보로 부상한 것이다. 더욱이 한화는 외국계 생보사와 합작으로 대한생명을 인수한 후 경영권을 외국기업에 일임한다는 방침이어서 「정부 부담 최소화」와 「외국회사 인수를 통해 국내보험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정부의 방침과 맞아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입장에서는 5대그룹의 사업확장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불식시키면서, 동시에 외국 금융기관의 신규진입으로 인한 국내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노릴 수 있는 한화 컨소시엄이 가격만 제대로 써준다면 더이상 바랄게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같은 전망에도 불구하고 한화의 대생인수는 「무리」라는 의견이 더 많은 실정이다. 재계 10위에 불과한 한화가 나서기에는 대한생명의 덩치가 너무 크다는 것. 이는 입찰제안서를 제출하는 당일까지도 대한생명 인수전 참여에 대해 적극적인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던 그룹측의 태도에서도 읽을 수 있다. 한화그룹측은 6일까지도 『능력에 버겁지만 어쩔 수 없이 참여하게 됐다』고 밝혀 「들러리를 서고 있다」는 추측을 낳게 했다. 한화의 또하나의 약점은 자금사정과 경험. 한화는 최근 잇따른 구조조정과 증자를 통해 자금력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이 자금으로는 2조원이상이 소요되는 대한생명의 인수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 한화는 또 지금까지 화학·에너지분야에 주력해 대규모 생명보험사 경영에 대한 경험도 일천하다. 이 때문에 한화의 이번 인수전 참여는 대한생명 인수라는 직접적인 목표보다는 「들러리」 경험을 토대로 다른 소규모 금융업 진출을 무리없이 성공시키기 위한 「전초전」으로 보는 시각이 아직까지도 많은 상황이다. /민병호 기자 BHM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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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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