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한중일 바둑 영웅전] 거칠게 나오는 세돌

제3보(37∼50)



흑37은 아마추어들이 기억해둘 만한 수순이다. 이 장면에서는 이렇게 가야 한다. 이 수로 좌하귀의 삼삼에 뛰어드는 것은 별로 내키지 않는다. "막상 뛰어들면 어떻게 되지?"(필자) "좌상귀와 똑같은 형태가 되지요."(윤현석9단) "그렇게 되면 흑이 사귀생 아닌가. 흑이 나쁠 이유는 없잖을까."(필자) "흑이 나쁠 것까지는 없지만 백도 중원이 훤해지니까 아무래도 백이 더 편하지요."(윤현석) 그렇다면 참고도1의 흑1로 그냥 뛰어나가는 정석은 어떨까. 그것이면 백은 2로 받게 되고 흑은 3과 5로 안정하는 바둑이 될 것이다. 그런데 최근 프로의 대국에서는 이 정석이 거의 출현하지 않는다. 흑이 불리하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서반에 돌이 2선에 연거푸 놓이는 것이 좋을 까닭이 없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 장면에서는 무조건 실전보의 흑37로 역협공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렇게 되면 백38 이하 백42까지는 필연이다. 흑43을 두기에 앞서 이세돌은 5분을 생각했다. 타이젬의 생중계를 맡은 강지성 8단은 진작에, 흑37이 놓이기 이전에 이미 참고도2를 그려놓고 있었다. "이것으로 흑이 괜찮은 것 같습니다."(강지성) 그러나 이세돌은 이 상식적인 정석 진행을 거부하고 새로운 길을 찾고 있었다. 흑43의 헤딩. 이 파격적인 수가 이세돌이 불쑥 내민 새 카드였다. 깜짝 놀란 창하오는 여기서 10분을 생각했다. "여기서는 올라서는 한수뿐입니다."(윤현석) "한수뿐인 자리에서 무엇 때문에 장고를 한 것일까."(필자)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려는 노력이지요. 상대가 새로운 수법을 들이대면 일단 신중을 기하게 마련입니다."(윤현석) 이세돌은 흑45로 즉시 움직였다. 이렇게 되면 백은 일단 46으로 모양을 정비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때 흑47로 뭉툭하게 들이댄 이 수순이 이세돌의 새로운 연구였다. 백으로서는 그 방면을 후수로 받고 있을 수는 없다. 흑에게 50자리의 쌍립을 허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백50으로 우지끈 끊어서 험악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