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실적까지 악화… "매력 약해진 코리아"

强달러 충격에 코스피 2,000선 무너져<br>한국, 주요국 중 예상 주당순이익 증가율 꼴찌<br>외국인 추석 이후 1조 넘게 팔며 손털기 시동<br>"돌파구 안보인다… 이익개선 업종 위주 접근을"


외국인의 눈 밖에 난 한국 증시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고꾸라지고 있다. 외국인 입장에서 보면 최근의 달러 강세는 올해 코스피 상승분의 절반 가까이 날렸다. 기업실적은 주요 17개국 가운데 꼴찌다. 국제 자금도 아시아 이머징 주식 시장에서 선진국 채권 시장으로 손바뀜이 일어나고 있어 수급적으로도 불리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 7월 코스피지수가 3년 반 만에 박스권 돌파를 시도하며 2,080선까지 올랐지만 더 오르지 못하고 떨어진 것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한국 증시의 한계로 비쳤을 것"이라며 "한국 증권 시장 전체에 돌파구가 보이지 않아 투자자들은 당분간 이익이 늘어나는 업종과 종목 위주로 선별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스피지수는 1일 전날보다 1.41%(28.55포인트) 떨어진 1,991.54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은 이날 2,06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9월 이전까지 외국인은 총 8조2,558억원을 사들였는데 9월 이후에만 9월 이전 매수 규모의 10분의1수준인 8,286억원을 팔아치우며 한국 증시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이탈하는 가장 큰 이유는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상승이다. 원·달러 환율은 9월 들어 4.89%(49.6원) 상승했다. 인도네시아(3.96%), 태국(1.4%), 대만(1.79%), 싱가포르(2.08%), 인도(2.36%) 등 주요 아시아 국가 환율 상승폭보다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깎아먹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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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이후 코스피지수는 12.07% 상승했다. 9월 들어 원·달러 환율이 5%가량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 입장에서는 연초에 사둔 주식의 가치가 한 달 만에 5% 떨어져 결국 7% 수준의 수익밖에 가져가지 못하는 셈이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9개월 동안 오른 코스피 상승폭의 절반이 9월 한 달 만에 환에 노출되며 날아가 외국인 입장에서 수익폭이 줄어들었고 추가적으로 매수하려 해도 한국 주식이 비싸져 부담스러워진 상황"이라며 "미국의 금리정책 변화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추가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7일 삼성전자 실적 가이드라인 발표부터 시작되는 3·4분기 국내 기업들의 이익이 부진할 것이라는 점도 외국인이 한국을 떠나는 큰 원인 중 하나다. 톰슨로이터와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주요 17개국 중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꼴찌다. 17개국 평균 EPS는 3.04% 증가하고 이머징 시장 평균 EPS가 0.51% 감소하는 데 비해 한국은 13.02%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극심한 부진이 예상된다. 미국(6.56%), 일본(7.14%), 중국(3.56%) 등 주요 선진국은 오히려 기업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대만(20.31%), 필리핀(11.48%), 인도(9.54%) 등 이머징 국가들은 더 큰 폭의 기업이익 상승이 예상된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냉정하게 얘기해 한국 증시가 당분간 돌파구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며 "외국 자금이 이익이 줄어드는 국가에서 빠져나갈 텐데 한국이 세계적으로 가장 부진한 쪽에 있어 전망이 밝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시장을 매매해서는 안 되고 이익이 좋아지는 업종과 종목으로 전략을 짜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BK투자증권은 증권·보험·소비재·디스플레이 업종 등의 이익 전망치가 그나마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 자금도 이머징에서 빠져나가고 있어 한국 증시는 앞으로의 자금줄마저 끊어질 처지다. 시장조사기관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18~24일 이머징펀드에서 13억5,000만달러를 거둬들였다. 반면 같은 기간 선진국 채권형 펀드로는 34억5,900만달러가 유입됐다. 지역별로는 북미 지역에 31억3,900만달러가 들어오며 자금 유입 강도가 가장 셌다. 이종우 센터장은 "그동안 아시아 이머징 주식시장으로 들어오던 자금이 9월 들어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선진국 채권시장으로 자금이 옮겨가고 있다"며 "미국의 금리인상이 늦춰질 것으로 보이는데다 유럽에서 양적완화를 시작해 금리가 내려옴에 따라 선진국 채권을 사는 것이 더 유리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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