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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은 거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실패는 성공만큼이나 중요합니다. 따라서 기업가정신은 실패를 두려워하거나 문제 삼지 않고 끊임없이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의 문화입니다."
'서울포럼 2013'의 첫째 날인 29일 기조강연을 맡은 아툴 네르카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이렇게 말하며 우리 기업과 사회가 경계해야 할 부분에 대해 지적했다.
이는 곧 손해를 보지 않을 안정적인 기업전략만을 세우면 결국 제자리에 안주하게 되며 경제성장의 동력이 꺼진다는 이야기다. 그 사례로 그는 1980년대 버블 경기 이후 20여년간 별다른 성장을 하지 못한 일본과 세계 경제의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처한 일본계 기업을 꼽으며 이들의 후퇴는 기업가정신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도요타ㆍ닛산ㆍ소니 등 한때 세계 경제를 주름잡던 일본 기업들은 경쟁자들보다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치열한 경쟁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는 전략을 거듭하면서 뒷걸음질쳤다.
네르카르 교수는 삼성이나 LGㆍ현대자동차 등 굵직한 글로벌 기업을 키워낸 우리나라가 그간 기업가정신을 산업발전에 긍정적으로 활용해왔다고 판단했다. 특히 그는 이병철ㆍ구인회ㆍ정주영 회장 등 이들 기업의 창업주들은 다른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기술과 혁신성을 보유한 상황에서 특출한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우리 기업들의 돋보이는 성장에 대해 네르카르 교수는 "한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술이나 혁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매우 좋은 성과를 보여야 하지만 정상범위를 넘어선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가정신이 전제돼야 한다"며 "국가경제와 조직의 성장속도를 좌우하는 매우 주요한 요소인 기업가정신을 어떻게 키워나가느냐가 경영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창업주로 대변되는 개인의 기업가정신과 조직의 그것이 조화를 이뤄야 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한국 기업들이 조직 내부에서 기업가정신을 지속적으로 유지하지 못하면 결국 성장이 정체하고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이날 기조강연에서 네르카르 교수는 국가가 기업가정신을 북돋워주는 촉매(catalyst)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기업들이 기업가정신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탄탄한 인프라를 만들어야 하는 게 국가의 역할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강연에서 안랩의 사례를 거론하며 이 같은 강소기업이 나오기 위해서는 국가가 이러한 기업에 저리로 기업운용자금을 조달해주거나 기술개발을 촉진하는 다양한 행정적 절차를 펼쳐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뿐만 아니라 네르카르 교수는 강좌나 기업인 초청 연설 등을 통해 대학에서도 기업가정신을 꾸준히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생활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기업가정신의 중요성과 그 역할을 제대로 일러준다면 사회 전반적으로 기업가정신을 최고로 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는 이유에서다.
동시에 그는 기업가정신의 활성화를 위해 젊은 인재들의 도전정신을 주문했다. 그는 "젊은 인재들이 대기업처럼 안정된 길을 찾기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작은 회사에서라도 자신의 능력을 맘껏 펼친다면 한국의 기업가정신도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학과 기업들이 젊은 인재들의 잠재된 도전정신을 일깨우는 데 보다 앞장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 아툴 네르카르는 이수민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