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눈] 참을만한(?) 지하철 파업

정영현 기자 <사회부> yhchung@sed.co.kr

[기자의눈] 참을만한(?) 지하철 파업 정영현 기자 yhchung@sed.co.kr 정영현 기자 지하철 파업 첫날인 지난 21일 저녁 퇴근길. 신도림역에서 성수역 방향으로 달리던 지하철 2호선 열차가 갑자기 멈춰섰다. 중간역에 들어설 때마다 정차지점을 못 맞춰 덜컹거리고 달리는 중간중간 급브레이크를 밟는 등 불안한 운행을 하던 열차였다. 5층 건물 높이의 지상선로 중간에 멈춰선 지 20여분. 정차시간이 길어지자 승객들은 불안해하면서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지하철에 또 불나는 거 아니야?” “공중에 서 있어서 문 열고 나갈 수도 없잖아.” 열차는 30분이나 지나서야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음 역에 들어서는 순간 ‘화낼 사람은 따로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치밀어 올랐던 화가 수그러들었다. 객차 내 승객들이야 에어컨 바람이라도 쐬며 기다렸지만 30분씩이나 오지 않는 열차를 기다린 승객들은 올여름 최고라는 찜통더위까지 참아내야 했다. 지하철 요금이 올라 몇백원씩 돈을 더 내고 타는 것도 억울한데 말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시민들의 이런 불편ㆍ불만이 ‘참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서울시는 파업 첫날 큰 사고 없이 지하철이 운행되고 있다며 버스 증편운행, 마을버스 운행시간 연장 등의 비상대책 계획을 모두 취소했다. 시민불편을 사소하게 여기기는 노조측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요구하는 ‘인력충원’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 주장하며 “시민들이 이해해달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는 파업기간에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데 말이다. 시민들은 요금인상도, 불안한 운행도, 배차시간 지연도 꾹 참으며 계속 지하철을 타고 있다. 지하철이 어쩔 수 없는 자신들의 ‘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측과 노조측 둘 다 ‘시민을 위해 물러설 수 없다’는 같은 이유를 대며 파업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다. 조속한 타결에 대한 의지는 없어 보인다. 목적지 역에 내린 후 열차 운전실을 한번 돌아봤다. 베레모를 쓴 특수부대 소속 군인이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노사 양측 모두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 총 대신 운전대를 잡은 군인을 바라봐야 하는 시민들의 심정을 한번씩 생각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입력시간 : 2004-07-22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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