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현대오일뱅크 멀어진 '상장의 꿈'

유가 하락에 정유주 지지부진<br>경쟁업체들 주가수익률 떨어져 재상장 추진땐 공모가 작년 반값


국제유가 하락으로 정유주 주가가 하향안정세를 보이면서 상장의 문턱까지 왔던 기업공개(IPO) 대어(大魚) 현대오일뱅크의 증시 입성 가능성도 멀어지고 있다. 글로벌 원유생산량 증가로 당분간 정유업체들은 정제마진이 떨어지며 큰 폭의 실적 개선을 보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상장 공모가는 같은 업종 경쟁기업과 비교해 결정되기 때문에 유가상승으로 정유업체들의 실적이 나아지기 전까지 현대오일뱅크가 증시에 들어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19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전날 미국 서부텍스스산중질유(WTI) 12월물 선물가격은 0.86% 내린 93.03달러에 마감했다. WTI가격은 지난 9월 110달러까지 올랐지만 이후 꾸준히 하락하며 90달러선까지 밀리고 있다. 9월 110달러를 넘어섰던 북해산브렌트유와 두바이유도 하락세를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유가하락의 영향으로 올해 초 10만원선이었던 S-OIL의 주가는 7만4,000원선까지 떨어졌고 SK이노베이션도 18만원선에서 13만9,000원까지 밀렸다. GS도 같은 기간 주가가 7만5,000원에서 5만6,000원선으로 크게 내렸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가가 내리면 정제마진이 낮아져 정유업체들의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내년 유가는 글로벌 원유생산 증가와 글로벌 경기회복이 상충되며 90~100달러선에서 하향안정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유가 하락으로 정유주들의 주가가 내리면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공모가 책정 때 비교할 경쟁사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PER는 현재의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수치로 주가의 고평가ㆍ저평가 여부를 가리는 지표다.


상장 공모가는 보통 상장 전 회계연도 기준 PER 또는 상장하는 해의 반기기준 PER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상장 당시 PER는 경쟁업종의 공모가 선정 전 한 달간 평균 주가에 주당순이익(EPS)을 나누는 방식으로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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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가 상장신청서를 냈던 지난해 4월 S-OIL(20.7배)ㆍGS(13.8배)ㆍSK이노베이션(13.68배)의 평균 PER는 16.06배로 2011년(6.72배)보다 2배 이상 뛴 상태였다. 하지만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6월15일 돌연 상장을 철회했다.

올해 재상장을 추진하더라도 정유3사의 올해 예상PER는 12.96배에 불과하다. 지난해 상장에 도전했던 상황보다 공모가를 더 적게 받을 수밖에 없다.

한 기업금융(IB)업계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가 상장신청서를 낼 당시 EPS는 1,495원으로 PER 15배를 적용하면 공모가가 2만2,000원을 넘지만 올해 3ㆍ4분기 누적 기준 EPS는 843원으로 13배를 적용할 경우 1만1,000원선으로 반값밖에 받을 수 없다"며 "현재 증시의 거래대금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공모가도 제대로 못 받을 수 있어 냉정하게 말하면 증시에 들어올 타이밍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도 "상장을 철회한 후 아직 재상장을 추진할 계획은 없다"며 "증시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할 사안"이라고 전했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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