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북경협 서둘지 말라(사설)

북한이 잠수함침투사건에 대해 단 두 줄의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의 첫째 줄에서 북한은 「막심한 인명피해를 초래한 잠수함사건에 깊은 유감」을 표시했고 둘째줄에서는 「그러한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며 조선반도에서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유관측들과 함께 힘쓸 것」이라고 했다.북한외교부 대변인의 성명형식으로 발표된 이 사과문은 사과 및 인명피해의 대상이 특정되지 않은 점, 사과라는 표현대신 「유감」이라는 용어를 쓴 점 등에서 뒷날 엉뚱한 소리를 할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이를테면 그들이 일관되게 주장했던 대로 단순히 훈련중 좌초한 사건이었음에도 남측이 과잉대응해 양측에 인명피해를 초래한 것은 유감이라는 식으로 주장할 여지가 있다. 사과도 이 사건의 명백한 피해측인 남한에 한 것이 아니라 정전협정 당사자인 미국에 했을 뿐이라고 억지를 부릴 여지 또한 없지않다. 북·미 협상과정에서 한미간에 긴밀한 의견조율이 있었다지만 협상테이블에서 남한이 완전히 배제된 상태로 진행됐기에 하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재발방지를 다짐하고 4자회담 또는 3자설명회에 참가하겠다는 의사표명으로 여겨지는 둘째줄에 보다 큰 의미를 두고 싶다. 이것만이라도 지켜진다면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정부가 북측의 성명을 사과로 받아들여 수용키로 한 것도 그 점에서 이해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24구의 공비유해를 30일 북한측에 인도했고 경수로지원과 민간기업의 대북진출 등 경협재개와 식량지원 등도 허용할 모양이다. 그러나 결코 서둘러서는 안된다. 저들의 일차적 목적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이지 남북간의 대화에는 관심이 없다. 기회만 있으면 한미이간에 혈안인 것만 봐도 알수 있는 일이다. 현정부는 저들의 전술전략을 오판한 나머지 쌀을 보내고, 이인모노인을 보내고, 경수로건설자금을 대면서도 잠수함침투와 같은 배신과 수모를 당해왔다. 남북대화를 하면서도 땅굴을 파왔던게 저들이다. 김정일 체제는 군에 전적으로 의존해 있고 군은 김정일의 통제 밖에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김일성의 신격화 체제에서도 맹동분자들은 공비남파, 아웅산테러, 대한항공기폭파와 같은 온갖 테러를 자행했다. 체제의 통제력이 의문인 상황에서 북한은 언제 무슨 짓을 또 저지를지 모른다. 대북지원은 북측이 이번 사과문의 내용을 어떻게 실천하는지 예의 주시하면서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성급한 판단으로 더이상 국민들을 실망시켜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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