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박테리오파지'에 거는 기대


영어에서 1월을 뜻하는 재뉴어리(January)는 '야누스의 달'을 뜻하는 라틴어 '야누아리우스(Januarius)'에서 유래한 것이다. 로마신화 속 야누스는 두 얼굴이 서로 반대편을 보는 신으로 양면성을 대표한다고 한다. 양면성은 또 다른 의미로 견제와 균형이라는 관점에서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미생물, 박테리아도 양면성을 갖고 있다.


인류는 지금까지 '박테리아는 무조건 유해하다'는 인식에 사로잡혀 왔다. '99% 박멸'을 표방하는 세정제나 항생제 등도 박테리아의 일면인 유해성만 봐온 탓에 생겨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박테리아의 유익성을 연구해 활용하려는 바이오신약 연구 시도들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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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테리아에도 유익한 종류가 있고 각각의 박테리아를 견제하는 천적 박테리아가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라는 것이다. 박테리오파지는 세균을 뜻하는 '박테리오'와 '먹다'를 뜻하는 '파지'가 합쳐져 '세균을 잡아먹는 생물체'라는 뜻이다. 박테리오파지 종류에는 유해한 세균을 죽이는 것도 있고, 유익한 세균을 죽이는 것도 있다. 유제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는 젖산균, 락토코쿠스 등의 유익한 세균을 죽이는 박테리오파지를 매우 싫어한다. 식중독균이나 항생제 내성 황색포도상구균 같은 인간에 유해한 세균을 죽이는 박테리오파지는 치료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매우 유익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ㆍ유럽ㆍ일본ㆍ인도 등 세계 각국에서 슈퍼박테리아(항생제 내성균의 일종으로 어떠한 합성 항생제에도 내성을 갖는 박테리아) 감염 사례가 빈번하게 보고되고 있는 요즘 박테리오파지는 바이오신약 연구개발 분야에서 기존 합성항생제를 대체할 강력한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 합성항생제는 작용기전의 한계로 '내성(Resistance)'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반면, 박테리오파지에서 유래한 단백질인 '리신(Lysin)'은 세포벽 자체를 파괴시키는 작용기전으로 내성 문제 발생 가능성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박테리아와 인류의 역사를 뒤돌아보면 인류는 박테리아를 처치하기 위해 강력한 합성항생제를 개발했고, 박테리아는 이에 대한 내성을 가지면서 진화해왔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새로운 계열의 천연 항생물질의 개발에 대한 인류의 시도가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인류의 시도가 꼭 성공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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