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반값등록금의 선결과제

등록금 인하를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다. 정부ㆍ여당은 취업 후 학자금상환제도를 고소득층까지 확대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민주당은 5,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 마련에서부터 아예 무상으로 하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총장들은 대학 재정 확대방안을 먼저 마련한 후에 등록금 부담 완화를 논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고 누리꾼 사이에는 '교육혁명당'이라는 이름으로 정당을 공식 창당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가히 백가쟁명이다. 정부 지원만으로는 한계 민주당이 주장하던 보편적 복지와 무상급식을 비난하던 한나라당이 신주류가 중심이기는 하지만 반값등록금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은 정치적 의도가 강하기는 하다. 그러나 대학 등록금은 더이상 두고 볼수 없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다. 익히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가운데 미국 다음으로 비싸다. 어지간한 대학은 한 해 등록금이 1,000만원에 육박한다. 서민은 말할 것도 없고 중산층이 자녀 둘을 대학에 보내려면 허리가 휘다못해 부러질 정도다. 학생들은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니 심신이 피곤해 제대로 공부도 하지 못한다. 자식들 대학 등록금을 마련 하느라 허덕이다 보니 여가나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은 사치요, 노후대비는 꿈도 꾸지 못한다. 그렇다고 자식이 대학을 나오면 번듯한 일자리를 얻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부모가 등골이 휘며 비싼 등록금을 대 졸업해도 취업률은 51%에 불과하다. 대졸자 둘 가운데 하나는 백수라는 얘기다. 취업자 가운데에는 굳이 4년제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도 많다. 4년제 대학을 나와도 취직이 되지 않자 아예 대학 졸업 사실을 숨기고 고졸사원으로 위장취업(?)하거나 직업훈련소 등에서 다시 교육을 받고 취업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8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학 간판을 내건 곳만도 4년제 200개, 2년제 150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는 입학정원도 못 채우는 4년제 대학이 77개나 된다. 허울만 대학일 뿐이다. 교수들이 연구는 뒷전이고 학생 모집에 나서야 하는 대학들도 허다하다. 이런 대학일수록 재단전입금은 한 푼도 내지 않는다. 등록금과 정부지원금으로 영리사업을 하는 곳이 많다. 저출산 추세로 4년 후에는 고교졸업생이 대학정원에도 못 미쳐 부실 대학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반값등록금 문제는 이런 대학과 대학생을 계속 껴안고 갈 것인지, 무늬만 대학을 솎아낼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에서부터 접근해야 한다. 반값등록금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학 진학률을 유지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젊은이들이 전문직업세계로 진출할 수 있도록 특성화고교ㆍ마이스터고교를 확대하고 지원을 늘리는 것이 국가경제의 경쟁력 제고차원에서 더 바람직할 수 있다. 대학도 재정확충 등 적극 노력해야 이런 전제 아래서 반값등록금의 재원조달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부실 대학을 세금으로 지원하는 게 과연 올바른지에 대한 국민적 논의도 필요하다. 반값등록금은 자칫 대학이나 학생들에게 도덕적 해이를 야기해 사회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반값등록금 문제는 국가재정 확대만으로는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대학들도 힘을 보태야 한다. 재단전입금 확대, 재정의 투명성 제고 등 개혁조치도 뒤따라야 한다. 지난 2001년부터 10년 동안 소비자물가는 36.8% 오른데 반해 4년제 국공립대와 사립대 등록금은 각각 70.1%와 100.8% 올랐다. 대학등록금은 학부모와 학생의 생존권과 교육권을 위협하는 최대의 민생현안이다. 등록금 인하 논의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결실을 맺으려면 손쉬운 방법으로 등록금을 학부모와 납세자에게 전가한 대학부터 손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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