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폭주하는 의원입법에 제동장치가 없다

4월 임시국회가 7일 밤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하고 막을 내렸다. 부동산대책 법안을 비롯한 33개 법안도 처리했다. 하지만 화학물질 사고시 매출 5%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나 60세 정년연장 같은 법안들은 과도한 규제일 뿐 아니라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졸속 처리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에 통과된 33개 법안 가운데 상당수는 정부가 아닌 국회의원이 발의했다. 문제의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이나 고령자고용촉진법 역시 그에 해당한다. 입법권은 국회의원의 기본적 책무이자 권리이지만 의원입법 남발에 따른 부작용이 걱정이다. 더군다나 의원입법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16대 국회 때 1,912건에 그쳤던 의원입법은 17대 6,387건, 18대 1만2,220건으로 증가했다. 19대 국회에서도 4,314건이 발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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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부실입법에 졸속심사가 판친다는 점이다. 동료의원 베끼기 법안이나 자신이 입법 서명했는지조차 모르는 품앗이 법안 같은 의정활동 건수 채우기는 차라리 나은 편이다. 이익단체의 주문을 반영한 청부입법과 시류에 편승한 포퓰리즘 입법까지 쏟아진다. 이런 엉터리 법안의 피해가 국민과 기업에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것은 지난해 말 교통대란 직전까지 갔던 택시법을 통해 익히 경험한 바 있다. 이번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의원입법은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맹점이다. 정부 법률안은 입법예고부터 규제개혁위원회 및 법제처 심사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를 밟으면서 정책검증을 거치지만 의원입법은 상임위 의원 간에 의기 투합하면 그만이다. 언론이나 시민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정책이 언제 바뀐지도 모른다. 입법권이 국회의 고유권한이기는 하나 발의와 심의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의견수렴 절차 같은 자정장치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정년연장 법안처럼 국민과 기업의 중대 관심사를 뚝딱 처리하는 것이 입법권 남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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