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생 콘서트] 점쟁이 문어와 파생상품


며칠 후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전인 카타르와의 5차전 경기가 벌어진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처럼 점쟁이 문어 파울 같은 예언자가 나타나서 월드컵의 재미를 더해줄지 모르겠다. 객관적인 전력 차가 있음에도 문어의 예측이 왜 가십거리가 되었을까? 흥미거리 말고도 경기 당일 선수들의 컨디션, 심리상태, 임기응변 등이 결합되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제생활도 마찬가지다. 시시각각 주가, 환율, 기름 값이 움직인다. 미래를 예상할 수는 있지만 돌발 상황이 발생해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나온 상품이 보험, 파생상품이다. 파생상품은 미래에 어떤 결과가 나오든 관계없이 현재 예측한 결과에 따르기로 약속한 상품이다. 보험에 들었다가 나중에 손해가 나면 보험금을 지급받는 것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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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화훼농부가 일본의 꽃 수입상에게 3개월 후에 꽃을 수출하고 엔화로 대금을 받는 계약을 맺었다고 하자. 농부는 꽃 농사와 관계없이 3개월 후의 원엔 환율에 따라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 지금 농부는 거래소나 은행에 가서 3개월 후 원엔 환율로 엔화를 주고 원화를 받는 파생상품계약을 체결하면 원엔 환율변동에서 자유로워진다. 3개월 후에 꽃 값으로 받은 엔화와 미리 정한 환율로 원화를 맞바꾸면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왜 농부의 상대방은 파생상품거래를 했을까? 3개월 후에 엔화가치가 올라가면 이익을 볼 요량으로 거래를 한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엔화 값이 떨어지면 손해 볼 것을 감수한 것이다. 파생상품거래로 위험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이전된 것이다. 파생상품을 통해 수익 기회를 얻는 대신 위험을 감당하는 쪽으로 배분 된 셈이다. 하지만 위험의 크기를 모르고 이를 감당할 능력도 없는 개인이나 기업이 위험을 감수하고 수익만 ?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성경에는 기원전 1700년경 노동을 제공하는 대신 결혼할 권리를 얻는 파생상품이 기록되어 있다. 최초의 선물계약은 1650년경 오사카 요도야 쌀시장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파생상품거래가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은 1848년 시카고 상품거래소를 필두로 미국 선물 거래소들의 설립부터다. 이후 여러 차례 부침이 있었지만 지금은 파생상품을 직접 거래하지 않더라도 금융상품 곳곳에 파생상품이 녹아있다. 우리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생활 깊숙이 파생상품이 들어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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