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의 사설] 재난 오기전 증시붕괴 막아야

주식시장이 심각한 '베어마켓'에 들어섰다. 지난 해 9ㆍ11 테러 직후와 올 해 늦여름에 있었던 두 번의 랠리는 주가상승세로 이어지지 않았다. 유럽 증시와 미국 증시에서 주가는 4~6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증시가 당장 회복될 가망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 상황을 더 나쁘게 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이번 주 금리 동결 조치는 주가하락이 지속될 가능성도 고려한 것이다. 기업들의 이익 전망은 계속 낮아지고 있고 경영자들은 향후 수 달간 추이에 대해 밝지 않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기업신뢰지수도 하락하고 있다. 이 같은 부정적 분위기는 기업들이 연말 예산을 짜기 시작하면 확대재생산될 수 있다. 정치인들은 이라크에 대한 군사 행동 가능성을 강조, 문제를 증폭시키고 있다. 11년 전 걸프 전이 시작됐을 때의 증시상승에서 보듯, 전쟁이 증시에 악재가 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증시가 원하는 건 "할 바에는 빨리 하라"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준전쟁 상태가 내년까지 지속된다면 불안감만 증가될 뿐이다. 장기 증시 침체는 90년대 말까지 지속된 주가 거품의 피할 수 없는 결과인지도 모른다. 증시 침체가 오래갈수록 그 피해는 점점 커지게 된다. 우선 증시 하락에 따라 유럽인과 미국인들의 개인연금이 부족하게 될 수 있다. 그러면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하는 시기가 오면 노령 인구를 부양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 같은 시기가 오기 전에도, 지난 70ㆍ80년대에 거액의 연금지급을 약속한 회사들이 문제에 빠질 수 있다. UBS워버그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 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의 연금을 모두 합치면 적자가 될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들 기업들은 이익금을 까먹으며 연금제도에 자금을 추가로 유입 시키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직원들에게 연금을 지급하지 못 할 것이다. 아마 가장 심각한 문제는 생명보험 회사들이 주가수익률 기대치를 바탕으로 보험을 설계했다는 점이다. 주가수익률이 보험사의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상황이 계속되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또 90년대 은행들이 보험사들에 부실채권을 떠 넘겼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이 침체되면 대개 은행업계가 제일 먼저 영향을 받고 그 다음 차례는 보험업계다. 일부 보험사들은 추가 자본 유입으로 문제를 피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금융권 침체의 규모로 보아 이 같이 문제를 피해 나갈 수 있는 보험사는 소수에 그칠 것이다. 이 모든 문제가 금융감독당국의 역할을 중요하게 만들고 있다. 지금의 문제가 전반적 신뢰의 붕괴로 이어지기 전에 손을 써야 문제해결이 가능하다. 보험업계에서도 베어링이나 롱텀케피털매니지먼트처럼 몰락하는 회사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이는 모두에게 재난이 될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 9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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