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연금도 3% 금리 시대

삼성·한화·교보 등 생보사, 공시이율 3.9%대로 하향



급격한 고령화 속에 노후대비용으로 가입이 늘고 있는 연금보험의 공시이율이 사상 처음 3%대로 떨어졌다. 지난 3월 보장성 보험에 이어 대표적 장기저축 상품인 연금도 3% 금리 시대에 진입한 것이다. 저금리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보험사들의 리스크 관리가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향후 연금 수령액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노후대비와 자산관리에 따른 고충이 커지게 됐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ㆍ한화ㆍ교보 등 대형사를 비롯한 상당수 보험사들이 이달 연금의 공시이율을 3%대로 내렸다.


공시이율은 매달 지표금리와 운용자산수익률 등으로 만들어진 산출공식에 따라 나온 값에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10% 범위 내에서 최종 결정한다. 공시이율이 시장금리를 후행적으로 반영하는 셈인데 현재 시장금리 동향을 감안할 때 추가로 내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삼성생명은 5월 연금의 공시이율을 기존 4.0%에서 3.9%로 내렸고 한화와 교보생명도 전달의 4.01%에서 각각 3.97%, 3.92%로 조정했다. '빅3' 모두 3.9%대로 낮춘 것이다.


교보생명의 경우 연금을 뺀 저축성 보험의 공시이율도 3.92%로 전달 대비 0.1%포인트 내렸다. 신한생명도 연금의 공시이율을 3.9%로 조정하는 등 '연금 공시이율=4%대' 공식이 이달 들어 완전히 무너졌다. 다만 ING생명ㆍ미래에셋생명 등 일부 보험사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온 4%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의 하락 추세를 볼 때 얼마나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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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저축성 보험료 성격을 일부 갖고 있는 보장성 보험 금리의 3%대 진입과는 사뭇 다른 강도로 이번 금리인하를 바라보고 있다. 보장성 보험의 금리인하가 상징적인 조치에 가까웠다면 이번 인하는 금리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추려는 의도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새 정부 초기라 보장성 보험의 보험료 인상이 사실상 막힌 점과 금융당국이 보험사 자본확충 관련 규제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 점도 금리인하 조치를 유인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보험연구원의 강성호 박사는 "보험사로서는 자산운용 수단이 다양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를 후하게 쳐주기 어렵다"며 "크게 보면 보험사 건전성 강화와 맞물린 조치"라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 외형확장에 몰두할 때만 해도 보험사의 공시이율은 과당경쟁의 상징으로 비쳐졌지만 저금리 기조가 정착되면서부터는 리스크 관리의 지표로 인식될 정도로 완전히 상황이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저축성 보험의 비중이 높은 국내 보험사의 실정을 감안할 때 추가적인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석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부채의 구조조정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저축성 보험의 금리부담을 줄이는 게 화급하다"며 "시중 금리를 반영하는 공시이율 인하에서 더 나가 최저보증이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필요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상당수 보험사들이 최근 최저보증이율을 낮췄으며 추가 인하를 검토하는 보험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으로는 이율 인하로 고객의 연금가입 유인이 약화된 만큼 수익률 외에 보험사 차원의 활로 모색이 절실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공시이율이 낮아졌다고 해도 은행의 예적금 상품 대비 높은 금리, 세제혜택 등이 있는 만큼 당장 연금 상품의 경쟁력이 흔들리지는 않겠지만 확대일로의 연금시장을 더 잡기 위해서라도 고객의 관점에서 상품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연금 상품 디자인을 개선해 고객들에게 어필할 부분을 만들어야 한다"며 "가령 계약을 이전할 때 수수료를 없앤다든지, 판매수수료를 낮춘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고객 편익을 높여주려는 시도를 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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