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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메트로9호선의 지하철 운임 인상 추진을 계기로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민간투자사업이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서울시는 갑작스레 운임 인상에 나선 메트로9호선의 정연국 사장에 대한 해임 절차를 밟을 정도로 강경 대응을 예고했지만 문제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용인시는 용인경전철 시행사에 물어줄 5,000억원의 배상금이 없어 공무원이 급여 인상분을 반납 받기도 했다.
민자 SOC는 유한한 공공의 재정 여건 속에서 도로와 철도 등의 국가기간교통망을 정부가 온전히 책임지는 것이 힘들다는 생각 아래 지난 20여년간 적극적으로 도입돼 왔다. 하지만 최근 공공요금 상승, 지자체 재정난 심화 등의 각종 부작용을 낳으며 '버릴 수도 취할 수도 없는' 계륵 같은 존재로 전락했다.
전문가들은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기존 BTO 방식 위주에서 BTLO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해야 되며 민간투자자들도 금리 변동이 있을 경우 리파이낸싱을 통해 공공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된다고 강조한다.
◇비싼 운임에 적자 보전까지… 애물단지 된 민자SOC=11톤 화물트럭을 운전하는 장 모(42)씨는 2010년 말 부산~거제간의 이동거리를 130여 ㎞에서 60여㎞로 단축시켜주는 거가대교가 개통한 뒤에도 여전히 우회도로만을 이용하고 있다. 8㎞ 남짓한 거리의 통행료가 무려 3만원에 달해 유류비 절감 효과를 전혀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부산시 측은"장 씨와 같은 운전자들이 많아 화물차 통행량이 당초 예측보다 훨씬 적었다"며 "조만간 대형차 통행료를 낮출 계획이지만 그 경우 차액분은 지자체 예산으로 보조해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거가대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토해양부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민자도로 통행료는 한국도로공사 관리노선보다 평균 1.86배가 비싸다.
비싼 요금은 차량 통행량 감소를 부르고 이는 고스란히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 2006년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이 폐지되기 전 계약되거나 개통된 도로ㆍ철도는 수입이 실시 협약 당시 예상했던 수준에 못 미칠 경우 정부나 지자체가 보전해 주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토부가 발주해 개통된 9개 민자고속도로의 경우 최소운영수입보장 조건에 따라 현재까지 무려 1조6,000억여원의 보전금이 지급됐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민자SOC사업은 공공의 이익보다 수익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며 "과다한 건설비 책정과 사업자 간의 담합 등 기업들의 탐욕으로 인해 민자사업은 국가 재정을 축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SOC는 정부의 몫… 민자 마녀사냥 관둬라"= 반면 민간SOC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원래 계약을 제대로 지키라는 것이 탐욕이냐"며 정부와 지자체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A투자회사 관계자는 "정말 필요한 사업이었다면 세금을 더 걷든가 빚을 내서라도 정부가 주도를 했어야 했다"며 "비난이 두려워 각종 혜택을 제공하면서까지 민간투자를 끌어 들여 놓고 이제와 모든 탓을 민간에게 돌리는 셈"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민자사업이 정부와 비교할 수도 없는 효율성으로 사회적 편익을 증대시키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국토부는 재정으로 진행되는 철도사업의 공사기간 준수율은 36% 수준이지만 민자는 오히려 공기를 2년 정도 단축시켜 1조4,5000억원에 달하는 사회적 편익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메트로9호선 관계자 역시 "서울메트로 운영인력이 ㎞당 80명 수준이라면 민자인 9호선은 ㎞당 22~23명 수준"이라며 "하지만 서울시는 정부가 응당 지불해야 하는 노인이나 국가유공자에 대한 무료 운임까지 우리에게 부담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같이 기존 계약을 무시하는 행태가 민간투자를 더욱 위축시키리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계약 이행을 차일피일 미루는 사업주를 누가 믿겠냐는 말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의 박용석 연구위원은 "사회간접자본은 장기적ㆍ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하는데 복지 재정 증가 등으로 정부, 지자체 모두 SOC 투자 여력이 저하되고 있다"며"지금처럼 제도ㆍ사회적으로 민자의 목줄을 죄게 된다면 추후 국가 발전 자체가 위축되는 상황이 도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자SOC 사업 해법은=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런 대형SOC 사업이나 수요량이 부족하지만 꼭 필요한 사업의 경우 정부 주도로 진행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재정 규모가 작은 지방자체단체가 주도하는 경전철 사업 등은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 철도전문대학원 교수는 "민간이 철도 분야의 시설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BTO(Build Transfer Operation) 방식으로는 지금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건설은 정부에서 책임지고 운영만 민간에게 맡기는 BTLO(Build Transfer Lease Operation) 방식이 보편화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BTO 방식으로 운영하되 정부 지급보증이나 운영비 보조 등의 완충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박용석 연구위원은 "정부가 건설 재정을 책임지고 임대료만 민간에 지불하는 식의 BTL 방식은 정부의 재정 부담이 너무 크다"며 "SOC 사업의 경우 국내 낮은 대중요금 등으로 민간이 수익을 내기 불가능한 만큼 국가가 리스크를 공유해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간 투자자들의 양보도 필요한 시점이다. A투자회사 한 관계자는 "대부분 민자SOC 실시 협약에는 금융권 등 재무적 투자자들이 금리 변동 등이 있을 경우 리파이낸싱을 통해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지만 금리가 낮아졌다고 자발적으로 이자율을 낮춘 금융권이 있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다"며 "위험은 최소화한 채 과실만을 취하려는 금융권의 태도도 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요 예측 실패는 고속도로와 철도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민자사업의 고질병이다. 하루 17만명의 승객이 이용할 것이라는 장밋빛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지난해 9월 개통한 김해 경전철의 승객 수도 당초 기대의 17% 남짓에 불과한 3만명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교통 분야 민자사업의 빈번한 수요 예측 실패의 원인으로 미래 사회경제지표의 불확실성을 지목한다. 교통 수요 예측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는 장래 인구, 업종별 종사자 등 통계청의 추계인구 자체에 포함된 오차가 수요 예측의 실패를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의 박용석 연구위원은 "20~30년 전 국내 인구가 줄어들고, 차량 증가폭이 감소할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신규 노선이 생기면 그에 따라 이용량이 늘어나는 시기였기에 다소 수요를 높게 예측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의도적인 수요 부풀리기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용 승객이 적어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업도 많았다"며 "경부고속도로 같은 것도 정석대로 타당석 분석을 했다면 절대로 진행될 수 없었던 사업"이라고 말했다. IMF 위기 직후 국가의 재정난이 심화되면서 교통 분야의 민간자본 유치가 활발해졌을 당시에는 국가교통DB가 구축되기 전이었다는 점도 빈번한 수요 예측 실패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교통 관련 시설을 포괄하는 기초 자료 시스템인 국가교통DB는 지난 1999년 처음 구축됐는데 그 이전에는 단순 지역 지표들을 종합하는 수준에서 수요 예측이 이뤄졌고, 당연히 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말이다. 대상 노선외에 경쟁 노선이 신설되거나 주변도로, 연결도로의 개통이 지연되는 경우 오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수요 예측 실패를 낳을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실패할 경우 원인 분석을 통해 이후의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태승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는 "예측 오차의 원인을 크게 사회 경제적 변화, 잘못된 예측 모형, 기본 자료의 문제 등으로 나누어 책임 소재를 정확히 가리는 작업이 체계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