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이공계 육성, 지혜 모아야

21세기의 지식정보화 시대에는 과연 어떤 국가가 강력한 패권을 장악하고 세계를 이끌어 가게 될 것인가. 광대한 국토를 가졌거나 풍부한 광물자원을 가진 국가나 또는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국가도 아니다. 바로 우수한 이공계 인재 확보를 기반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 기술력을 보유하게 되는 국가일 것이다. 다시 말해 우수한 이공계 인재를 얼마나 확보하는가에 따라 국가의 흥망이 판가름 난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세계 각국은 물론 글로벌 기업과 대학들도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의 경우 후진타오 현 주석을 비롯해 우방궈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 원자바오 국무원 총리 등 고위 관리의 대부분이 이공계 출신이다. 또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9명의 경우 모두가 이공계 대학을 나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고위공직자 중 이공계 출신은 20%에 불과하다. 또한 경제 강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브릭스(BRICs), 즉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 등에서도 우수 인재들의 이공계 진출이 늘고 있으며 각국 정부는 이들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을 통해 눈부신 기술발전과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의 정보화산업은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지만 이제 더 이상 자만에 빠져 허우적거리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이들 국가들이 한국을 추격해 오는 속도에 상당한 가속도가 붙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과거 50~60년대에 이공계 유학생의 85%가 귀국하지 않는 등 두뇌유출이 심각해지자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KIST를 설립하고 의료서비스 및 주택지원, 병역면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KIST육성법을 제정해 우수 이공계 인재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쏟은 바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바탕 위에서 우수한 이공계 인재들이 자부심을 갖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결과 지금 우리가 자랑하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IT강국 대한민국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날로 심각해져가는 인재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은 과학기술인력의 수급난으로 이어져 연구개발 위축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국가 생존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IT인프라를 갖추고 21세기를 향해 새로운 도약을 하려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인재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은 더더욱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이공계 위기는 이공계 인재들에 대한 낮은 보상소득과 사회적 지위 약화, 고용불안, 교육의 질 저하 등에서 비롯됐음을 깨달아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현재의 위기 상황을 분명히 인식하고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자면 우선 정부와 기업에서는 과학기술계 출신 임원 비율의 확대를 장려하고 이공계 종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또한 우수한 인재를 이공계 분야로 유입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기 위해 인건비의 일정 부분을 정부와 기업이 함께 분담하는 방안도 고려돼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이공계 인력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고 신바람 나게 연구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며, 퇴직 후에도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퇴직연금지원 및 중소기업 등에서 연구 인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우리 실정에 맞는 과학기술 정책대안도 적극 개발하고 제시해야 할 것이며, 관련 부처간의 이기주의로 인한 정부의 기획 및 조정 기능의 약화가 과학기술 분야의 투자효율을 낮추는 원인이 되지는 않았는지도 되돌아봐야 할 일이다. 무엇보다 과학기술의 발전이야말로 21세기의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이공계 인재 육성에 전략적 관심을 기울이는 일에 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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