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올해 공기업에 취업된 20대 초반의 여성입니다. 전자공학을 전공하였으나 전공보다는 영어와 일어에 더 치중하였으며 현재 공인된 점수는 토익 950점입니다. 대학졸업 후 다녀온 1년간의 어학연수가 끝나자마자 된 취업이라 주위에서는 모두 부러워하기도 했습니다. 입사한지 3개월이 경과되었습니다만, 저는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연봉 2,800만원에 공기업으로서 안정적인 면이 여성에게는 최상의 조건이라는 것을 부인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전산실이라는 곳에서의 업무가 저에게는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체계적으로 가르쳐주는 상사나 동료도 없이 맡겨지는 심도 깊은 업무 앞에서 열정과 패기보다는 한숨과 무기력함이 엄습합니다. 제가 정보기술(IT)쪽을 진정으로 좋아한다면, 밤을 새더라도 이 정도로 괴롭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금 생각으로는 무역회사에서 경력을 쌓아서 외국계 계열의 무역사무를 맡고자 계획하고 있습니다. 종합무역실무 자격증도 있고, 제 나름대로 저의 역량이라고 생각하는 영어회화와 작문 실력, 일어 등을 밑바탕으로 잘해낼 자신이 있습니다. 이제 3개월이 갓 넘었기 때문에 주어진 업무는 없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곧 맡겨질 업무와 늦도록 이어질 철야근무에 자신이 없습니다. 저를 위해, 그리고 회사를 위해 지금 당장 그만두는 것이 나은 방법일까요? 도움말씀 바랍니다.
A
사회에 처음 적응하는 사회 초년생들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과정입니다. 전공에 흥미와 관심이 있어 대학 입학 때부터 선택한 사람이라면 사회에서도 당연히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전문직을 선호할 것입니다. 그러나 전문가가 되기 위한 길은 멀고도 험난한 과정입니다. 사회라는 것은 지나간 대학생활이나 잠시동안의 아르바이트 경험과는 절대적으로 다른 곳입니다. 본인에게 맡겨진 업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며, 같은 부서나 조직내의 사람들과도 화합하고 협조하는 방법이 필요한 곳입니다. 그러한 기본적인 인성과 소양에서의 적응기간을 겪고 난 이후에, 업무적인 부분에서 본인에 대한 검증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아쉽게 생각되는 부분은 사람들은 쉽게 얻은 결과물에 대해서 그 소중함을 너무 빨리 잊어버린다는 사실입니다. 흔히 사회초년생이 저지르기 쉬운 가장 흔한 실수나 경솔한 행동은 3개월 혹은 6개월 안에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성급한 결정을 내리는 경우입니다. 무슨 일이든 시간과 과정이 필요한 법입니다. 전공인 전산학보다는 뛰어난 언어능력과 적극적인 성격 등을 감안한다면 현재 있는 전산실의 업무는 사실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구상하고 계신 바와 같이 무역업체나 관심 있는 업종에서의 해외영업직이 더 흥미롭고 적성에 맞을 것입니다.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곳, 잠재력을 끌어내어 발휘할 수 있는 전망 있는 곳에서 경력을 쌓아야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며 현명한 길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어느 곳에서든 적응기간과 인내의 시간은 필요합니다. 아직 본격적으로 맡겨지지도 않은 업무에 대해서 미리 걱정하고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진다면, 아무리 좋은 어학능력이 있을지라도 어디에서든 훌륭한 결과물을 낼 수 없을 것입니다. 무슨 일이든지 배워서 나쁜 지식은 없습니다.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과정이라 생각하시고 인내심을 발휘하여 다시 한번 도전해보도록 하십시오. 젊음은 그리 길지 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자료제공 : 잡링크 HRZone(www.hrzone.co.kr)]
<이규진기자 sk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