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자산거품 아직도 다 안꺼졌다"

美경제 장기침체 우려미국경제의 거품이 아직도 완전히 꺼지지 않은 것인가.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와 S&P500지수는 지난 3ㆍ4분기에 18% 하락, 15년 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나스닥지수는 지난 분기에 20% 하락, 바닥을 모른 채 꺾어지고 있다. 90년대 10년간 장기호황을 구가하면서 형성된 자산 거품이 장기에 걸쳐 꺼지면서 미국경제는 지난 3년간 침체와 저성장이 반복해온 'L자형' 곡선을 장기적으로 그려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미국경제의 다섯개 거품 90년대 장기호황은 미국경제에 ▲ 증시 ▲ 투자 ▲ 소비 ▲ 달러 ▲ 부동산 등 다섯개의 거품을 형성했다. 거품의 카테고리는 서로 겹치지만 증시 거품이 다른 거품을 부풀린 원동력이다. 이중 가장 먼저 투자 거품이 꺼졌다. 1센트의 수익을 내지 못하는 인터넷 기업에 수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되던 투자 거품은 2000년에 폭발했다. 한때 5,300포인트까지 치솟았던 나스닥지수는 아직도 꺼지고 있다. 공급관리연구소(ISM)의 시카고지역지수는 9월에 경기수축을 의미하는 48.1로 떨어져 투자가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뉴욕증시의 주류를 형성하는 블루칩은 7월에 거의 패닉에 가깝게 폭락했다가 진정됐지만 9월 이후 2차 붕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 달러화는 뉴욕증시 팽창에 힘입어 해외자본이 유입되면서 형성된 거품이다. 달러는 뉴욕증시 하락과 함께 올들어 10% 가량 하락했다가 최근 진정되고 있지만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위험수위인 5%대에 이르기 때문에 더 떨어질 소지를 안고 있다. 아직 버티고 있는 거품은 소비와 부동산 시장이다. 지난해 9월 테러에도 불구, 미국의 경기침체가 완만했던 것은 소비가 강하게 버텨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신뢰지수가 최근 몇달째 하락하고 8월 소비지출은 0.3% 증가에 그쳐 소비가 이제 피로감에 사로잡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부동산 거품은 경기침체 시기에도 금리인하 덕분에 커졌다. 그러나 8월 신규주택 착공건수와 기존주택 거래건수가 하락, 그 거품이 절정에 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 거품이 언제 꺼지나 미국기업들이 3년째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투자 거품이 형성한 설비과잉으로 가격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 3ㆍ4분기 S&P500 기업의 수익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기대치가 두달 전 17%였으나 최근에는 7%로 떨어졌다. 가격 디플레이션이 수익 저하, 주가 하락의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10년 호황의 잔재인 자산 거품이 아직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뉴욕증시도 일본증시처럼 상당히 오랫동안 가라앉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주가가 더 빠질 경우 소비 거품도 가라앉고 그렇게 되면 미국경제 회복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모건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는 "소비와 부동산의 거품이 빠질 경우 저성장이 장기화하며 더블딥에 이어 트리플딥의 가능성도 있다"고 우울한 전망을 내렸다. 다행스러운 것은 과거와 달리 불황과 호황을 넘나드는 경기 사이클의 강도가 약해졌다는 사실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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