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아시아 재기 가능한가(세계금융질서 재편)

◎“구조조정성공땐 2년뒤 정상화”/대만·싱가포르 이미 회복세/태·말련·인니는 낙관 힘들어/국민적합의 여부에 성패달려올들어 아시아 각국이 금융위기로 날린 돈은 합쳐서 모두 4천억달러. 과연 아시아는 이같은 천문학적인 손실을 딛고 재기할 수 있을까. 미경제주간지인 포천지는 최근 이에 대해 각국 지도자들의 정치적 리더십과 경제정책의 건전성 여부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쓴약을 받아들여 ▲부실대출상각 ▲보조금삭감 ▲금리인상 ▲경상적자및 재정적자 축소 등의 정책을 통해 구조조정을 단행하면 2년정도 뒤엔 정상궤도로 복귀할 수 있지만 구태를 되풀이할 경우 회복전망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포천지는 금융위기를 겪었던 아시아국가들을 세 부류로 나누고 있다. 우선 대만과 싱가포르는 A그룹으로, 홍콩 한국 필리핀은 B그룹, 태국 말레이지아 인도네시아는 C그룹으로 분류하고 있다. A그룹은 이미 회복세에 접어들었고 B그룹은 당분간 구조조정 과정속에서 뚜렷한 회복세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C그룹은 부실의 정도가 워낙 심각해 회복가능성을 점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대만과 싱가포르의 경우 동남아 통화위기의 와중에서 다소 흔들리기는 했어도 별 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한 때 세계최대의 외화보유고를 자랑했던 대만과, 8백억달러의 외화를 보유중인 싱가포르는 이번 통화위기에서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홍콩과 필리핀은 거품이 적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필리핀의 경우 89년부터 생겨난 부동산거품이 93년부터 다시 심화돼 여전히 꺼지지 않은 상태다. 부동산 거품으로 은행대출이 93년이후 매년 40%이상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금융기관들의 부실을 초래했다. 하지만 필리핀의 경우 외국인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지 않아 거품만 제거한다면 회복국면에 접어들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지아등 3대 문제국가의 위기극복 가능성에 대해선 비관적 견해가 더 우세하다. 부실이 최악 상황인 것으로 꼽히는 태국의 경우 미래전망이 다소 비관적이다. 최근들어 GDP대비 경상적자규모는 지난 94년 5.6%, 95년 8.0%, 96년 7.9%로 3년 연속 IMF의 권고수준인 5%를 넘었고 은행대출중 부동산관련대출의 비중은 30%나 된다. 전형적인 거품경제의 모습이다. 워낙 거품의 정도가 심한 탓에 IMF가 지난 8월 1백7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제공키로 하고 58개 금융기관의 문을 닫는 조치를 취했지만 상황이 달라진게 별로 없다. 태국의 경우 구제금융을 신청한 이후 3개월동안 바트화는 무려 24%나 하락하고 주가는 35%나 폭락하고 말았다. 지난7월2일 변동환율제로 바꾼 이후 바트화는 40%가까이 떨어졌다. 인도네시아의 경우는 경제의 기초여건(펀드멘털)은 태국보다 낫지만 장래 전망은 밝지 않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의 경상적자는 GDP대비 3.2%에 불과하고 성장율은 8%, 물가상승율은 6.6%로 비교적 양호한 상태였지만 태국 바트화폭락의 여파로 통화위기가 닥칠 때는 속수무책이었다. 루피아화는 50%이상이나 폭락했다. 32년간 군부독재를 해온 수하르토가 수입규제를 지속하고 친인척들이나 독과점기업에 계속해서 특혜를 부여하고 있는 데다 정부의 불투명한 의사결정이 외국인투자가들의 불신을 초래한 탓이다. 말레이지아도 부동산 거품이 많고 대형프로젝트를 벌려 놓은 상태이지만 마하티르 총리는 긴축정책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어 외국인투자자들의 신뢰를 다시 얻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최근 타임지는 이와 관련, IMF권고사항이 경제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되지 않으면 구제금융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포천지도 경제위기극복의 성패는 정치적인 의지에 달려있다며 경제위기극복을 위한 국민적 합의도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있다. 『모든 경제위기의 근본원인은 경제가 아닌 정치에 있다』는 싱가포르의 이광요 전 총리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최성범 기자>

관련기사



최성범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