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국가 R&D제도 개선해야

지난 1990년 6월 모토로라는 ‘지구 어디서든 통화가 가능하다’는 비전아래 이리듐 프로젝트 추진을 발표했다. 66개의 저궤도 위성을 띄워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에서도 태평양 위의 여객선 승객과 통화를 가능하게 하는 혁신적인 사업이었다. 약 47억달러로 추정되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모토로라가 주도하고 세계 여러 기업이 참여하는 국제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SK텔레콤도 3.5%의 지분을 투자했다. 엄청난 투자비와 연구개발(R&D)을 거쳐 구축된 이리듐 위성 전화망은 어떻게 되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사업적으로 실패했다. 이 사업을 위해 설립됐던 이리듐 LLC 회사는 서비스 개시 후 2년여 만에 파산했다. 지상망을 이용한 무선통신이 싼 가격에 급속도로 보급됐고 이리듐 전화는 실내에서는 통화가 되지 않는다는 약점 때문에 사용자들은 값비싼 위성전화를 선택하지 않았다. 이리듐 위성통신사업 이외에도 화상전화, 타블렛 PC, 웹밴, 알파 칩 등 엄청난 규모의 기술 투자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기술들이 많다. 이 기술들이 실패한 이유는 바로 시장성을 면밀하게 고려하지 않고 공급자 중심의 사업 마인드를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패의 교훈은 국가 R&D에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다. 그간 국가 R&D 예산이 꾸준히 증가해 2007년에는 약 10조원에 이르렀지만 대학·연구소와 공동기술개발 경험이 없거나 기술지원을 받지 못한 중소기업들이 전체의 70%이상이라고 한다. 또한 2006년 국가연구개발사업의 특허 이전율은 3.6%에 불과하다. 국가 R&D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이 개발된 기술을 적용해 기업으로 하여금 시장에서 잘 팔리는 제품을 판매해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봤을 때 그간 추진돼왔던 참여정부의 R&D정책은 이러한 측면에서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국가 R&D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지극히 단순하다. 바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생산을 위한 기술개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특히 산업기술 R&D는 기초기술에 비해 시장과 더 가까운 위치에 있다는 측면에서 시장과의 연계를 고려한 정책이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내놓은 정부조직개편안 중에서 산업기술 R&D정책을 한 곳으로 집중시킨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산업정책을 담당하는 주무부처가 업계의 당면한 현황과 애로사항, 최근의 기업 경영전략, 소비자 니즈(needs) 등의 정보를 신속하게 입수하고 이를 분석·파악해 기술개발에 가장 잘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산업기술 R&D를 통해 시장에서 통할만한 제품을 내놓을 확률이 가장 높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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