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법 개정안 싸고 노사정 신경전 가열
당정 '임금수준 저하' 협의 불협화음속노동계 "2008년까지 50%이상 올려야"재계 "되레 경영·고용불안 부추겨" 반발
'비정규직 법안' 논의틀 구성 합의
4월 임시국회에 계류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두고 노사정간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노동부는 현재 9월에서 다음해 8월로 돼 있는 최저임금 적용시기를 정부 회계기준처럼 매년 1월에서 12월로 변경하고 최저임금제도를 감시ㆍ단속적 근로자와 양성훈련자에게도 확대하기로 하고 지난해부터 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당정협의 과정에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조정식 열린우리당 의원이 지난 2월 독자적으로 법안을 발의하면서 당정간 이견에다 노동계와 재계의 반발까지 겹쳐 거센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삐걱대는 당정협의=2월 조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개정안은 당초 정부의 구상에서 몇 걸음 더 나아간 내용을 담고 있다.
조 의원은 시급인 최저임금 구조상 ‘(주40시간제 도입으로 인한) 근로시간 단축을 이유로 기존의 임금수준을 저하시켜서는 안된다’는 규정을 추가했다. 주당 근로시간이 줄어 월급이 깎여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현행 근로기준법이 주40시간 근무제로 기존의 임금 및 시간급 통상임금이 저하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하도급사업장의 임금체불시 원청업체의 연대책임 의무 조항도 논란거리다. 조 의원 안은 다단계 도급구조상 원청업체로 인해 하청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이 지급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원ㆍ하청이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노동부는 하도급근로자와 임금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원청업체에 책임을 지우는 것은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입장이다.
조 의원실과 노동부는 환노위 법안심사소위 개최 이전까지 견해차이를 해소한다는 방침이지만 이견이 워낙 커 난항이 예상된다.
◇최저임금 현실화 미흡=노동계는 오는 2008년까지 최저임금을 전체 근로자 평균임금의 50%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현행 최저임금 수준이 근로자 평균 임금총액의 25%대에 불과하다며 2월 제출한 개정법안에서 ‘2008년까지 최저임금이 전체 근로자 임금 평균의 50% 이하가 돼서는 안된다’는 조항을 삽입했다. 단 의원은 택시노동자의 최저임금제도를 개선하고 장애인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노총은 단 의원 안을 바탕으로 최저임금제도를 개정하기 위해 공동 투쟁할 방침이다.
◇오히려 근로자 일자리 뺏어=재계는 과도한 최저임금제도 개정이 기업의 경영불안과 근로자의 고용불안을 조장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총의 한 관계자는 “근로시간이 긴 경비, 단순기능공 위주인 감시ㆍ단속적 근로자에게까지 최저임금을 적용할 경우 상당한 임금인상이 불가피하다”며 “대부분 중고령자인 이들의 상당수가 일자리에서 밀려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총은 원청업체에 최저임금 지급 연대책임을 묻는다는 발상은 상법의 기본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또 근로시간 단축시 임금보전 명시조항도 법률적인 규제남발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와 정치권 모두 최저임금 적용시기 개편을 위해 이번 임시국회에서 법을 개정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지만 최저임금제가 국회를 통과하는 데는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김호정 기자 gadgety@sed.co.kr
입력시간 : 2005-04-06 1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