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소비를 중심으로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서 경기가 이미 저점을 지났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최장 하강국면 여부 등을 둘러싸고 전문가들 사이에 논란의 소지가 있고이미 저점을 지났더라도 회복 속도는 완만해 저점 통과의 의미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통계청은 2000년 8월의 경기 정점이후 저점이 어디인지에 대한 논의를 조만간개시할 예정이다.
◇경기 저점 통과론 확산
경기 저점 시기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저점을 통과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 17일 `2006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성장률을4.7%로 전망하면서 "국내 경기가 지난 6월을 저점으로 장기 하강국면에서 상승국면으로 전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도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 4.5%를 제시하면서 6월을 저점으로 거론했으며 LG경제연구원도 2.4분기를 저점 시기로 언급해왔다.
이는 통계청의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지난 6월에 96.3을 기록한 뒤 하락세를 일단 멈췄으며 경기전환 시기를 예고해 주는 경기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4개월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이에 비해 삼성경제연구소는 1.4분기를 저점 시기로 제시하고 있으며 재정경제부도 비슷한 입장이다.
한덕수 부총리는 지난 7일 정례 브리핑에서 "1.4분기가 저점이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이 1.4분기 2.7%에서 2.4분기 3.3%로 높아진 것으로 보아 1.4분기가 저점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최장기 하강국면 여부는 논란 소지
경기가 이미 밑바닥을 지났다는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편이다.
그러나 올들어 통과한 경기 하강국면의 출발점을 어디로 볼지에 대해서는 일본식 장기불황이나 `더블딥(double dip)' 논의와 맞물려 앞으로 적잖은 논란이 벌어질수도 있다.
통계청이 공인한 가장 최근의 경기 정점시기는 2000년 8월이며 그이후 저점에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결국 2000년 8월이후 두차례의 `반짝' 경기 상승 시도를 거쳐 올해까지를 하나의 경기 하강국면으로 볼 경우에는 그 기간이 53∼58개월로 우리 경제가 맞은 최장의 장기 침체 국면이 된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이 기간 두차례 내리고 오르는 국면을 거쳤지만 최근 순환변동치가 2001년과 2003년의 저점보다 낮아졌다는 점 때문에 최장 하강국면 논리는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일반적인 경기 사이클은 저점에서 정점을 거쳐 다시 저점을맞기까지 평균 4년4개월인 만큼 단일 하강국면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통계청이 공인한 직전 저점이 1998년 8월이었던 점에 비춰 2000년 8월이후를 단일 하강국면으로 보면 경기 사이클이 최장 6년10개월에 달하는 만큼 이미 한번의 사이클을 지난 것으로 해석하는게 합당하다는 논리다.
실제 통계청은 오는 21일 전문가 회의를 열고 2001년 7월과 2003년 7월 등을 하나의 경기 저점으로 볼수 있는지 등 경기 전환점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의미 퇴색한 경기 사이클
경기 국면 논쟁은 과거에 비해 의미를 크게 잃었다.
경제환경의 불확실성 증가, 소비 거품 등으로 성장률의 연도별 진폭이 점차 커지면서 경기의 상승, 하강국면이 제대로 지속성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박사는 "경기 국면에 대한 분석은 미래 경기의 예측을위해 필요한 것"이라며 "그러나 최근에는 저점이나 정점을 갖고 경기를 얘기하기가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특히 경기가 저점을 통과해 이미 상승국면에 진입했더라도 회복세는 완만할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저점 통과의 의미가 별로 부각되지 않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회복세가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라는데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거의 이견이 없다"며 "오히려 유가, 부동산 거품 등 불안요인이큰 상황에서 금리인상, 재정긴축 등 논의가 너무 앞서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