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UHD 방송 성공하려면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소치 동계올림픽 등 국제행사를 초고화질(UHD) 콘텐츠로 제공하면 조기에 UHD 방송 서비스를 확산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23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2013 케이블TV 쇼'에서 한 케이블TV방송사(MSO) 대표가 한 말이다. 올해 케이블TV쇼 최대 화두는 풀(Full) HD에 비해 4배 이상 화질이 높은 UHD 방송기술이었다. 케이블TV 방송사들은 이날 UHD 전용 채널을 신설해 내년 초 5개 지역에서 시범방송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질세라 KT도 같은 날 서울에서 열린 '월드 IT쇼'에서 KT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을 이용한 UHD 방송기술을 선보였다. 가전업체들도 두 행사에서 84~85인치의 대화면 UHD TV를 전시했고 올 하반기 55ㆍ65인치의 보급형 UHD TV의 출시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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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방송기술과 TV만 보면 UHD 시장이 자리잡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기술과 기기를 통해 보여줄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재 케이블TV 채널사용사업자(PP)를 비롯해 지상파 방송사에서 내놓은 UHD 방송 콘텐츠는 전무하다. 케이블TV 업계는 영화 주문형비디오(VOD)와 월드컵ㆍ올림픽 등 국제행사를 우선적으로 UHD 콘텐츠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볼거리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UHD 방송은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 또 국제행사를 통해 UHD 방송의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전략도 식상하다. 2010년 3차원(3D) TV가 막 등장했을 시점을 돌이켜보자. 당시 업계에서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과 2012년 런던 올림픽을 통해 3D TV의 판매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을 쏟아냈다. 반면 최근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3D TV 판매의 성장률은 점차 둔화되고 있다. 지난해 2ㆍ4분기에서 3ㆍ4분기로 넘어가면서 1%포인트가 증가했던 판매 성장률은 4ㆍ4분기에 이르면서 0.7%포인트로 줄어들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출시 당시 엄청난 기대를 받았던 3D TV는 현재 스마트TV의 한 기능으로 전락해버렸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방송활성화 정책을 통해 2015년 하반기 UHD 방송의 상용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도입보다 중요한 것은 UHD 방송용 콘텐츠에 대한 제작지원이다. 충분한 콘텐츠가 마련되지 않고서는 UHD TV도 높은 가격과 부족한 콘텐츠로 빛을 발하지 못한 3D TV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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