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새 지도부를 뽑는 7ㆍ4 전당대회가 '소장파, 그들만의 리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소장파가 당의 신주류로 부상해 눈앞에 다가온 새 당권을 두고 세포분열을 한 데 이어 소장파 리더들이 단숨에 당내 각 계파의 당권 주자로 떠올라 소장파 주자 간 계파 대리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7ㆍ4 전대구도가 소장파의 쇄신경쟁으로 짜이면서 그동안 새 당권을 노려온 중진급 인사들이 전대에서 소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적잖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그러나 새 당권을 둘러싼 소장파와 중진 간 힘겨루기는 오는 30일로 예정된 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전대 룰 개정 결과를 통해 판가름 날 것이라는 것이 당내 중론이다.
◇실속 챙기는 소장파=한나라당 소장파가 주축인 '새로운 한나라'는 17일 첫 공식회의를 열었다. 회의 결과를 보면 소장파가 실속을 차렸다는 게 중론이다. 구성원 44명 중 20여명만 모였고 친이명박계인 주호영 의원은 탈퇴했다. 또한 새로운 한나라 차원의 당 대표 후보를 만들고 당권ㆍ대권을 분리하려던 것도 백지화했다. 겉으로는 김이 샌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소장파 후보군으로 새로운 한나라 소속인 정두언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다른 소장파 후보와 개인적으로 경선을 통해 후보 단일화를 할 것"이라면서 "소장파의 대표 경선 진출은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남경필 의원은 "될 수 있으면 많은 소장파 후보들이 나가는 게 좋으나 지금은 인물보다 당의 방향을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특히 이날 의원들이 합의한 '선거인단 수 증원'은 소장파 대표의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일반당원 숫자가 늘면 기존 당원으로 구성된 중진의원들의 조직력에 대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선 룰 개정을 맡은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의원 수가 지구당별로 몇 명 정도인지 알아보도록 지시해뒀다"면서 "(전당원투표제와 현행 방식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밝혀 가능성을 높였다.
친이계 초재선 의원 21명도 이날 모여 "한나라당의 가치를 빼고 다 바꾸자"며 쇄신을 논의했다. 소장파와 결은 다르지만 이들 역시 당내 쇄신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일단 침묵한 중진들=기존에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던 중진의원들은 일단 지켜보고 있다. 특히 대선주자들은 당권ㆍ대권 분리 논쟁이 마무리돼야 출마 여부를 결정짓겠다는 생각이다. 이재오 특임장관과 가까운 이춘식 의원은 "이 장관이 당에 돌아오면 당 대표와 대선 경선 모두에 나갈 수도 있는데 그 전에 당권ㆍ대권 분리 규정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선주자인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도 마찬가지 입장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의원도 말을 아꼈다.
박근혜 전 대표 역시 입을 다물었으나 당권ㆍ대권 분리는 그대로 이어가야 한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다. 김무성 의원은 "지금은 당내 전대 논란에 말리고 싶지 않다"며 입을 다물었다. 다수의 추대로 후보에 입성하려던 중진의원들은 지금 소장파의 행보를 주시하면서도 구태여 부딪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