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글로벌 탤런트를 춤추게 하라]<3부> 대학편

'탁월한 소수' 선별, 정책적 집중 투자해야





[글로벌 탤런트를 춤추게 하라]대학 '탁월한 소수' 선별, 정책적 집중 투자해야 국내 주요 대학은 2~3년 전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외국인 교수 영입과 실적 위주의 교수 평가, 파격적인 장학금 지원 등을 통해 대학을 ‘글로벌 인재의 요람’으로 발전시키겠다”고 천명했다. 이 시대 한국의 대학은 어떤 문제를 안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해법도 알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대학의 글로벌 인재 육성 능력에 대한 안팎의 평가는 지난 몇 년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대학혁신을 주제로 수년째 연구해온 류지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과 국내 공과대학 교육시스템 변화를 선도하고 있는 김용세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의 진단과 제언을 통해 우리 대학 교육의 문제점과 개혁방향을 모색해본다. “한국의 미래 비전을 선도할 글로벌 탤런트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세계 100위권 연구중심대학 가운데 5개는 우리 나라에 있어야 한다.” 류 수석연구원은 우리 대학이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요람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탁월함(excellency)’이라는 관점에서 대학 자체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가 가장 필수적이라고 판단하는 요소는 ‘돈’이다. 현재 우리 대학생 1인당 연구비는 연간 876달러(2003년 기준).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의 26.9%에 불과하다. 주요 기준국인 미국은 전체 대학의 5%인 200여개 연구중심대학에서 과학기술 분야 박사의 90% 이상을 배출하고 있다. 이 대학들은 또 정부 연구비 지원액의 90% 이상을 받아간다. 무서운 속도로 우리를 추격하고 있는 중국도 지난 98년 세계 일류대학 건설을 위해 시작한 ‘985공정’을 통해 전체 대학의 1%를 선정, 투자하는 선택과 집중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연구중심대학이라는 모토 아래 ‘BK21 프로젝트’를 진행시키고 있지만 원하는 수준의 결과는 나올 기미가 없다. 류 수석연구원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여러 대학으로 분산되다 보니 (당초 의도와 달리) 고급 두뇌 양성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며 “잘하는 연구집단을 키워내는 작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취리히 공대의 예를 들어보자. (취리히 공대는) 세계적 석학을 영입하면서 30여명의 연구인력도 함께 채용해 연구실을 통째로 이전시켰다. 단순히 유명 연구자를 영입하는 데 그치지 말고 필요한 각종 자원을 지원해야 한다.” 전략적인 차원에서 ‘선택과 집중’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김 교수 역시 정부의 평균지향형 정책에 대해 실망에 가까운 비판을 퍼부었다. “정부 교육정책의 문제점은 획일성이다. 정부에서는 모든 대학에 적용될 정책을 찾으려 애쓰고 있고 여러 사항을 고려해 정책을 만든다. 이러다 보면 (국가 경쟁력을 위한) 인재 양성이라는 대학의 원초적 목표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류 수석연구원도 “대학의 학생선발권 문제를 보면 극명하다. 대입전형제도의 자율성ㆍ다양성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대학의 목적, 학문 특성에 따라 학생선발 모델을 개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모두를 만족시키려 들면 어느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단순명쾌한 진리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시에 한국 대학이 국제 경쟁력을 높이려면 ‘경쟁력 있는 학생’을 선발하는 권한이 보장돼야 한다는 말이다. 그는 또 최고 인재 양성을 위해 중등교육의 다양화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사립학교를 중심으로 영재교육프로그램의 확충, 자립형 고교 확대, 교육프로그램 자율화 등을 추진하고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닌 권한과 책임을 교육 지자체에 이양할 때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시스템의 시너지 효과가 보장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국내 대학이 학문 분야간, 대학간, 학과간의 연계 노력을 펼치지 못해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우리 대학은 수십년 동안 교수진의 이동이 거의 없었다. 그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단기적 결과물만을 찾는 데 익숙해 있었다. 이것이 교수들을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었다. 새로운 지식은 서로 다른 분야끼리 접촉하며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생겨난다. (전공과 학과 등) 각종 경계선을 동원해 활동영역을 제약하는 국내 대학의 현실로는 새로운 지식의 창출과 이를 위한 인력양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어떤 해법이 있을까. 김 교수는 학제간 연구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단언했다. “성균관대 창의적설계기술연구소(CDIㆍCreative Design Institute)의 사례를 보자. 이곳은 설계ㆍ디자인 및 연계 분야에 대한 공통관심으로 기계공학ㆍ산업공학ㆍ디자인ㆍ건축학ㆍ심리학ㆍ소비자학ㆍ경영학 전공 교수들이 참여해 시작됐다. 현재 CDI는 새로운 설계ㆍ디자인 교육과 교육연계 연구작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경험, 지식이 융합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어야 대학교육의 질적인 변화가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와 류 수석연구원은 이밖에 금융ㆍ통상ㆍ법학ㆍ경영ㆍ물류ㆍ디자인 등 서비스 분야의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길러내는 전문대학원을 적극 키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류 수석연구원은 “최근 이공계 성적우수자들의 의학계열 진학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21세기 유망산업인 바이오테크놀로지(BT) 산업 육성에 이들을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이공계 출신의 과학기술 전문지식과 경영학 지식을 결합, 차세대 경영인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이정훈 서울대 경영대 박사 "연구·강의 집중 위해 교수 행정업무 줄여야" "국내파 박사들도 해외 박사들과의 경쟁에 눈을 돌려야 합니다." 오는 8월 박사학위를 받는 것과 동시에 홍콩국립대인 뱁티스트대학 교수로 강단에 서는 이정훈(34ㆍ사진)씨. 이씨는 서울대 경영대에서 회계학 전공으로 학사와 석사를 마친 후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에서 다시 석사학위를 받았지만 박사과정은 모교로 U턴했다. "석사논문 지도교수였던 곽수근 현 경영대학장과 당시 막 부임한 황이석 교수께서 강의ㆍ워크숍ㆍ과제물 등을 모두 영어로 진행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전액 등록금과 생활비 지원 등의 조건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서울대 경영대 교수들은 지난 2003년부터 제자들을 해외 대학 강단으로 보내기 위해 준비를 해왔다. 장학금을 지급하면서도 강의조교(TA)나 연구조교(RA) 부담을 주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지난해 홍콩시티대 교수로 임용된 손병철 박사가 제1호를 기록했고 올해 이씨가 뒤를 이었다. 화제는 자연스럽게 해외 대학과 국내 대학의 연구여건을 비교하는 쪽으로 흘렀다. "우수 인재를 키우려면 교수들이 박사과정 강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하는데 우리는 교수들의 행정업무 부담이 너무 많습니다. 홍콩의 경우 교수 2인당 1명꼴로 행정직원을 배치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가 밝힌 비교성적표대로라면 국내에서의 교수직업은 '잔업무'가 너무 많다. 이씨는 홍콩과기대, 싱가포르 경영대, 홍콩시티대 등에서도 러브콜을 받았지만 여러 가지 조건을 따져 뱁티스트대학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뱁티스트대학에서 가장 먼저 제의가 오기도 했지만 한 학기에 주당 6시간 강의 조건인데다 그것도 한 과목을 3시간씩 두 번에 나눠 진행할 수 있어 강의부담이 적기 때문"이라며 "국내 대학에서는 초임교수가 최소 9시간 이상 강의해야 하는데 (뱁티스트대학에서는)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훨씬 나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인재에 대한 대접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지적이다. 입력시간 : 2007/07/2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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