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보 부도 막아주기/「금융 실무자」 반기에 실패했다

◎주인 있는 종금사 반발에 재경원도 손 못써/산은도 추가지원 꺼려 금융권 동요 부추겨이번 한보철강의 전격적인 부도처리 배경에는 「권부」의 한보 살리기에 대해 민관 실무라인의 「집단 저항」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일부 은행 및 종금사 등 민간 금융부문 실무자들의 반발과 재정경제원, 산업은행등 관변 일선관계자들의 소극적 저항이 어울려 청와대의 자금지원 지속방침이 막판에 좌초됐다는 징후가 도처에서 포착되고 있다. 한보 살리기에 대한 가장 큰 장애물은 의외로 「힘」이 미약할 것으로 보이는 종금사 실무선이었다는 후문이다. 한보에 대한 추가자금 지원에는 채권금융기관의 협조, 무엇보다 종금사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다. 은행보증 형태로 한보에 대해 7천억원상당의 채권을 가지고 있는 종금사가 자기 몫을 챙기기 위해 어음을 돌릴 경우 모든 부담이 은행에 떠넘겨져 추가지원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과거 같으면 재경원이 나서 종금사의 협조를 얻어내곤 했는데 이번에는 이같은 협조시도가 불가능했다는 것. 지난 94년 유원건설의 부도때는 비교적 말없이 협조했던 종금사들이 지난해 우성 부도때 당국 지침에 강력히 반발한 바 있어 이번에는 재경원이 말도 꺼내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덩치는 은행에 비교할 수 없이 작지만 회사별로 주인이 따로 있어 압력을 넣기 힘든 종금사가 한보에의 추가자금 지원을 봉쇄하는 최대 방패로 작용한 것이다. 한보부도 전날인 지난 23일밤 청와대와 재경원의 최종 대책회의에서도 「세상이 변해 종금사를 설득할 수 없다」는 논리로 재경원이 한보에 대한 추가지원에 반대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의 태도변화도 금융권의 동요를 촉발한 요인으로 꼽힌다. 한보에 대해 8천억원이상의 막대한 설비자금을 제공중인 산업은행이 올들어서는 갑자기 추가적인 설비자금 지원을 꺼렸다. 제일은행등은 산은이 설비자금조로 3천억원을 지원해줄 경우 운전자금을 지원하겠다며 매달렸으나 산은이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는 바람에 외환은행등 다른 은행의 불안감을 키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한보에 대한 자금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지난 8일 제일은행등 4개은행이 한보에 대해 1천2백억원의 긴급융자를 하기 수일전에도 청와대 당국자는 「국가경제」를 위한 융자방침을 강력히 시사했었다. 올들어 한보처리를 둘러싸고 몇차례 열린 관계부처대책회의에서는 기간산업 계속지원론을 내세운 청와대측과 조기정리 및 정태수 경영배제론을 고집하는 재경원측간에 의견이 엇갈려 난항을 겪었다는 후문. 이 과정에서 정치적 판단이 불가피한 재경원의 일부 고위당국자는 한때 청와대의 주장에 기울어지는 기색이었으나 실무 당국자들은 지원불가 원칙을 완강히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보그룹이 세간의 예상보다 빨리 자금지원 중단과 부도처리의 수순을 밟게 된 배경에는 금융계와 관계당국의 실무라인들이 청와대의 지시 한마디에 숨소리조차 죽이던 종전 태도를 바꿔 일제히 원칙고수 입장을 지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최창환>

관련기사



최창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