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나무자전거 "입가에 흐뭇한 미소 번지는 노래면 OK"

[인터뷰] 싱글 'OK! Go Go', '나의 가난은' 모아 2집 앨범 출시



1cm는 족히 되어 보이는 손톱이 매우 인상적이다. 강인봉(42)과 김형섭(40), 나무자전거의 두 멤버는 가수의 생명인 목소리만큼이나 손톱을 아낀다고 했다. 두 사람은 한사코 '포크 듀오'라고 불리길 거부했지만 목소리만큼이나 소중한 악기인 기타를 연주하기 위해 손으로 하는 험한 일은 죄다 왼 손으로 할 정도다. 연말 시상식이나 가요 순위프로그램과는 한 발 비껴 섰지만 무심코 켠 라디오 채널에서 소중한 라이브 연주와 함께 가슴 한 켠을 시원하게 적셔주는 서정성 넘치는 노래들을 들려주는 나무자전거. 1977년 가족 밴드인 '작은 별 가족'의 리드 싱어로 데뷔한 강인봉의 이력과 1988년 그룹 여행스케치로 데뷔한 김형섭의 이력을 합하면 50년이 넘어선다. '음유시인'이나 '서정시인' 등 미사여구를 기대하며 나무자전거를 정의해달라고 하자 "우리는 그냥 노래하는 것이 직업인 말 그대로 가수"라는 무미건조한 답변이 돌아온다. 가수가 방송에서 라이브를 하는 것이 드문 일이 돼버린 이상한 가요계 현실 속에서 오로지 라이브만을 고집하는 나무자전거는 "'개그콘서트'건 '무한도전'이건 프로그램의 종류와 상관없이 노래를 부르라면 두 말 없이 출연한다"고 말했다. - 나무자전거하면 '자전거 탄 풍경' 시절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 청중의 입장과 노래하는 우리의 입장이 다른 거니까. 오히려 그렇게 다수가 기억하는 히트곡이 있다는 것은 큰 운이라고 본다. 우리 덕이라기보다 영화 '클래식'과 카메라 광고에 연달아 쓰였기 때문이다. 사실 가수 입장에서는 공연할 때 신곡을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내가 청중이라고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한다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에릭 클랩튼이 내한해서 공연한다면 '티어즈 인 헤븐'이 듣고 싶은 맘 같은 거 아닐까. - 서정성을 노래하는 음유시인이라는 평이 많다. 스스로 나무자전거의 성격을 정의한다면. ▲ 우리는 그냥 가수다. 노래 불러서 그 대가로 먹고 사는 사람이다. 우리를 예술가로 보든, 풍각쟁이로 보든 그건 대중 마음이다. - 늘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노래를 불렀다. 자연 친화적이라고나 할까. ▲ 이전에 우리가 함께 활동했던 세발자전거나 자전거 탄 풍경, 그리고 나무자전거까지 팀 이름 때문에 우리를 매우 착하게 살고 성격도 좋을 거라는 기대를 많이 하시는 것 같다. 가끔은 그런 기대들이 버거울 때가 있다. 팀 이름이나 곡이 순화되고 착한 이유는 그런 삶을 동경하기 때문이다. 창작된 산물이 창작자의 삶과 꼭 일치하는 건 아니다. 우리도 그냥 여러분들과 똑같은 사람이다. 착해지고 싶어서 착한 노래를 부르고 아름다움을 꿈꿀 뿐이다. - 음악적 지향점은. ▲ 우리에게 포크 듀오라는 수식어가 종종 붙지만 사실 정확한 정의는 아니다. 장르라는 것은 매우 인위적인 구분인 것 같다. 기계적인 소리보다는 자연적인 소리를, 사람의 소리를, 밝고 은근한 미소가 번지는 그런 음악이 우리가 바라는 음악이다. 굳이 정의하자면 어쿠스틱을 지향한다고 해야겠지. 세상엔 신나게 춤을 출 수 있는 음악도, 펑펑 눈물을 쏟을 수 있는 음악도 필요하겠지만 우리는 그저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질 수 있는 그런 음악을 하고 싶다. - 지난해 '만원의 행복' 콘서트가 대단한 반응을 얻었다. 올해에는 계획이 없나. ▲ 작년 1월부터 6월까지 총 13개 도시에서 1인당 만원의 티켓 값을 받고 40여 회의 공연을 했다. 사실 1인당 5만원이 넘는 콘서트 티켓은 절대 다수의 서민 가정에서는 큰 마음을 먹어야 살 수 있는 금액이다. 공연을 보고 싶어도 못 보는 분들께 꼭 한 번 공연문화를 접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 콘서트를 기획했다. 원래 서울에서만 실험적으로 콘서트를 열 계획이었지만 전회가 매진되면서 전국적으로 지방 기획사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처음엔 정말 많이 떨었다. 나무자전거의 정체성 자체가 무너질 수 있는 모험이었다. 다행히 전 공연을 합치면 손해는 안 봤다. 우리 공연으로 10년 만에 처음으로 공연 나들이를 했다는 한 가족의 아빠가 홈피에 올린 글을 보고 큰 보람을 느꼈다. 자녀들과 감성이 안 통한다고 느꼈지만 같은 공간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며 가족 관계가 너무 좋아졌다고 올리셨더라. 그런 것이 '만원의 행복' 공연의 보람이다. 반대로 "얘네들 덤핑치는 거 아니냐, 공연이 안되니 싸구려 공연을 한다"는 힘 빠지는 소리도 들었다. 무대에 오를 때는 행복하지만 뒤에서 그런 소리가 들려오면 지치는 게 사실이다. 우리가 10만원을 받고 공연을 해도 좋을 때, 그 때가 되면 '만원의 행복' 콘서트를 다시 할 계획이다. 그러면 그런 비판은 못하겠지. - 두 멤버가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하나. ▲ 우리가 하는 일이 노래를 만들고 표현하는 것인데 주로 내(강인봉)가 만드는 일을 하고 형섭이가 표현하는 일을 한다. 우리 스스로 자신이 부족한 면을 뼈저리게 알고 있다. 그래서 오랜 시간 팀으로 활동할 수 있는 것 같다. 서로 부족한 면을 채워주며 활동하고 있다. - 싱글 'OK! Go~Go~'에 웅크린 사람들을 향한 응원을 담았는데. ▲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음악 하는 주위 동료들을 보면 무척 힘이 빠져있다. 우리 자신을 위한 곡이다. '으?X으?X' 힘을 모아보자는 생각에 만들었다. 언제부턴가 노래가 하나의 작품보다는 상품으로 취급이 되고 있다. 인기 있는 가수는 있는데 인기 있는 노래는 없다. 노래가 히트하는 시대가 아니다. 발표하고 나서 한 달이 지나면 벌써 옛날 노래가 된다. 노래방에 가서 한 달 전 노래를 불러 봐라. 바로 센스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고 익히는 게 아니라 유행하는 노래를 쫓아서 습득하는 시대가 됐다. 가수에게 "춤을 잘 춘다", "살인 미소다"라는 건 칭찬이 아니다. 운동 선수가 운동으로 인정받는 것처럼 가수는 노래로 인정 받아야 한다. 사실 가수 입장에서 보면 본인의 인기도 좋지만 내가 부른 노래가 인기 있는 게 가장 신나는 일이다. 'OK! Go~Go~'를 시작으로 한 곡씩 싱글을 발표한 뒤 이 곡들을 모아 4월 말에 2집 앨범을 출시한다. 모든 곡이 1번 타자다. - 새 앨범에 담길 곡 중 가장 추천하고 싶은 노래는. ▲ 천상병님의 시에 곡을 붙인 '나의 가난은'은 정말 산고 끝에 탄생한 노래다. 처음 천상병 추모음악회에 초대를 받았는데 천상병님의 시에 곡을 붙여 한 곡 만들어 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참 영광이라는 생각에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지만 돌아서서 바로 후회를 하게 됐다. 신랑과 신부의 키가 엇비슷해야 하는 것처럼 너무 시의 수준이 높아 곡을 붙이는 것이 어려웠다. 완전히 시에 압도당하게 되더라. 우선 시집 5권 중에서 시를 고르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학창 시절 이후 시를 이렇게 탐독해본 건 처음이다. 시를 고르는 것도 곡을 쓰는 것도 형섭이가 노래를 소화하는 것도 모두 오래 걸렸다. 전제덕씨의 하모니카 반주가 어우러져 좋은 곡으로 거듭났다. 이외에도 매 앨범마다 '시인과 촌장' 하덕규 선배에게 헌정하는 노래를 한 곡씩 넣었는데 이번 앨범에는 '매직 선샤인'을 담는다. 또 김창완 선배께서 주신 곡인 '사랑일기'가 있다. 이번 앨범은 마치 '밥'과 같은 앨범이 될 거다. 두고두고 씹어도 질리지 않는 맛있는 밥 같은 그런 앨범으로 완성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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