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모집인 1명으로 제한] 중소社 보호 내세워 기형적 출범 불가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가 방카슈랑스 시행 후 은행창구의 판매인력을 제한하려는 것은 방카슈랑스 파트너를 찾지 못한 중소형 보험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은행창구의 모집인이 제한될 경우 상담과 설명이 필요한 보험상품 판매가 사실상 불가능해 방카슈랑스 시행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외국계 보험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기형적인 방카슈랑스 정책으로 금융회사들과 금융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한국정부가 스스로 한국 금융시장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은행의 과도한 보험영업 차단”=은행 영업점의 보험 판매인력 제한조치는 보험업법의 국회 심의과정에서부터 국회 재경위 의원들이 잇따라 방침을 밝혀왔고 최근 합의 단계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재정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국회 심의과정에서 방카슈랑스 도입 이후 모든 은행원이 보험판매 캠페인을 벌이거나 친인척의 가입을 유도할 경우 적지않은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에 따라 은행의 보험모집인 수를 적정 수준에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게 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재경위는 은행 보험모집인의 상한선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는 설명이지만 점포당 1명이 유력하며 많아야 2명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시행령에 포함시킬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이와 함께 “방카슈랑스의 연착륙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며 단계적으로 모집인 수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방카슈랑스 도입효과 미지수=그러나 이 같은 판매인력 제한이 법령에 반영되면 방카슈랑스 도입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보험상품은 은행 예금과 달리 고객의 재정상태에 대한 모집인의 충분한 이해와 보장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따라야 하는 만큼 고객 응대부터 계약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누가 보험계약을 위해 은행창구에서 줄을 서며 기다리겠느냐”며 “1~2명의 인력으로는 보험상품을 팔지 말라는 것과 같은 얘기”라고 주장했다. 보험사의 한 전문설계사 역시 “어느 정도의 고객이 보험계약을 위해 은행을 찾을 지 모르지만 보험상품 판매인력 1~2명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은행들은 대부분의 은행원들을 보험모집인으로 양성하기 위해 보험사와 제휴, 판매교육과 자격시험을 치르도록 해왔지만 이 같은 노력이 무의미하게 됐다. ◇“시장논리 따라야”=더 큰 문제는 오는 8월 국내에 첫 도입되는 방카슈랑스가 기형적인 형태로 출발하게 된다는 데 있다. 정부는 방카슈랑스를 도입하면서 1개 은행이 최소한 3개 보험사와 제휴를 맺도록 하고 해당 은행에서 판매되는 특정 보험사의 상품 비중이 49%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은행과 보험의 1대1 독점적 제휴를 허용하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방침에 대해 특히 방카슈랑스 영업에 기대가 컸던 외국계 보험사들의 불만이 많았지만 은행과 제휴하지 못하는 국내 중소형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받아들여졌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 보험모집인의 제한까지 추가됨에 따라 외국계 보험사들은 방카슈랑스 도입이 무의미해졌다는 반응이다. 외국계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이런 형태로 방카슈랑스가 도입된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한국에서 방카슈랑스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과 보험사의 1대1 제휴를 허용하지 않은 것부터 문제였다”며 “시장논리에 입각하지 않은 채 정부가 인위적으로 일부 보험사의 편을 들어줄 것이라면 방카슈랑스를 왜 도입하려는 것인지 납득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박태준기자 june@sed.co.kr>

관련기사



박태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