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5월 26일] 지방에서도 행정개혁을

우리나라의 지방행정체제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1894년의 갑오개혁과 일제 치하에서 설정된 기본 구조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교통과 통신ㆍ정보화의 급속한 발전으로 전국이 단일 경제권화 되어 가고 있으며 현행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필요성은 재론의 여지가 없을 만큼 자명하다. 지난 17대 국회에서도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여 ‘지방행정체제개편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저비용ㆍ고효율 행정체제를 입안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였으나 통폐합의 방법론 및 지방재정 배분 등의 문제에서 여야 간 견해차이를 보여 타결되지 못한 바 있다. 현행 행정구역체계에 제기되는 문제점은 크게 다음의 다섯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2단계의 자치계층(특별시ㆍ광역시ㆍ도-시ㆍ군ㆍ구)과 3단계 행정계층(시ㆍ도-시ㆍ군ㆍ구-읍ㆍ면ㆍ동)으로 된 현행 구성이 중복에 따른 낭비와 비능률, 행정 계층 간 거래비용의 증가, 행정의 자기 완결성 결여 등의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경제적인 측면인데, 규모의 경제면에서 볼 때 시·군·구의 인구와 면적ㆍ자원이 협소하여 경제단위로서의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고 정부예산이 너무 잘게 나뉘어 효율적으로 집행되기 어렵다. 세 번째, 농경사회인 조선시대의 특성에 따라 지형을 경계로 구분한 도 단위의 행정구역 틀이 지역 감정을 조장하고 교통ㆍ통신 발달에 따른 생활권역의 확대를 막고 있다. 네 번째는 하부 행정 계층인 읍·면·동의 역할이 미미하고 기초지자체와 광역지자체의 업무가 중복돼 인력과 행정력이 낭비되고 민원인들의 불편을 가중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행정 구역의 폐쇄성으로 인해 지역 간 중복적인 사업이 진행되기도 하고, 지역 간 격차와 지역갈등이 심해지기도 한다.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의는 결국 행정 계층과 구역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이를 위해 지난 국회에서는 지방 행정체제를 ‘광역 단체-실무 행정 단위’의 2단계로 개편하면서 시ㆍ도를 폐지하고 생활권과 교통권에 따라 2~5개의 시ㆍ군ㆍ구를 하나로 묶어 인구기준 100만명 이하의 준광역시(광역 단체) 60~70개로 개편하자는 논의도 있었다. 이러한 개편에 대해 행정구역의 틀은 일종의 전통이고 문화유산이라는 점, 자치 단체의 수를 너무 줄이면 주민들의 참여가 무의미해지고 주민 밀착형 행정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는 점, 그리고 지방 정부는 경제의 생산주체가 아니므로 규모의 경제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지리적 특성에 의해 획일적으로 구획된 채 100여년 이상 방치돼온 지방행정체제를 많은 면에서 과거와 큰 차이를 보이는 오늘날에도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없다. 오늘의 세계화 시대에서의 국제 경쟁은 국가 간 경쟁이 아니라 도시와 지역단위로 벌어지며 ‘도시와 지역의 경쟁력’이 중요한 시대다. 이렇게 지역 간 경쟁으로 국가 경쟁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광역경제권으로 지역 구조를 개편하려는 혁명적 발상이 여러 나라에서 경쟁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독일은 16개 주를 9개의 광역 주로 재편하는 논의를 하고 있고, 일본도 광역단체인 47개의 도도부현(都道府縣)을 6∼12개 권역으로 재편하는 도주제(道州制)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세계적 추세와 급변하는 행정환경을 고려한다면 현행 ‘시ㆍ도-시ㆍ군ㆍ구-읍ㆍ면ㆍ동’ 3단계 지방행정체계는 ‘광역시-기초행정구역’의 2단계로 간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 우선 주민의 수가 계속 줄어가는 상당수 기초 지자체의 통합을 시작으로 전체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논의하고 시급히 실행해야 할 것이다. 물론 성공적으로 통합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자발적 합의과정을 전제로 개편시 행정 효율 문제뿐 아니라 역사적, 문화ㆍ정서적, 지리적 여건을 세밀히 연구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기본 원칙은 자연발생적인 주민의 공동 생활권을 고려하되, 적정한 인구규모와 행정수요를 가진 구역으로 나누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행정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고, 자체수입으로 재정수요를 충당할 재정자립성이 확보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가의 기본 틀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지만 세계적인 개혁 대열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적극적인 태도로 체제개편을 단행해 국가와 지방이 얻을 수 있는 각각의 효익을 명시하여 지역주민의 동의를 얻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미래 지향적으로 접근한다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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