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한중일 바둑 영웅전] 문제는 싸움의 기술

제8보 (89~100)



싸움꾼은 언제나 싸움을 주문한다. 싸우기 싫으면 뭔가 조금은 양보를 해야 하는데 그 양보가 거듭되다 보면 포인트가 모자라며 결국은 판정패를 당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싸우기 싫어도 싸울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싸움에도 기술이라는 것이 있다. 그 기술이 부족하면 패하게 되어 있다. 이세돌과 창하오의 이번 승부를 지켜본 전문가들이 하나처럼 지적하는 부분이 바로 그것, 싸움의 기술이었다. 창하오는 그것이 약했다. 지금까지 잘 싸워오던 창하오가 저지른 최초의 실수는 흑89였다. 얼핏 보기에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 이 수가 실수였다. 이 수로는 참고도1의 흑1에 다부지게 이었어야 했다. 그랬으면 오른쪽 백대마가 당장 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허영호8단이 사이버오로에 올린 가상도는 참고도1의 흑1 이하 백10까지였다. 흑이 두터워서 유망해 보인다는 해설이었다. 실전은 백이 92, 94로 변화를 구할 여유가 생겼으니…. 흑93으로도 실전처럼 둘 것이 아니라 참고도2의 흑2로 일단 따내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었다. 그것이면 흑이 우하귀 방면에서 선수를 뽑아 상변을 흑6으로 먼저 둘 수가 있었을 것이다. 흑이 89로 둔 것은 그 부분의 백을 움직이지 못하게 할 의도였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백이 96이하로 움직이는 수단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막상 이렇게 되고 보니 중앙의 흑 4점이 곤마의 신세입니다. 백에게 주도권이 넘어온 느낌입니다."(윤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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