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불공정 하도급 관행 주범은 최저가 낙찰제

덤핑·저가 수주한 원청업체 하도급사 쥐어짜기 불가피<br>낙찰제 출발점부터 손봐야

"원청업체가 적정 공사비의 70% 정도로 공사를 따내면 망하지 않으려고 하도급 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납품단가를 낮추거나 임금지급이 지연되는 등의 문제는 제값을 받지 못하고 공사를 시작하게 만드는 최저가 낙찰제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제값에 수주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제값에 하청을 줄 수 있겠습니까."(S건설사의 한 관계자)

박근혜 정부는 건설 경제민주화를 위해 불공정 하도급 관행 척결에 엄중한 처벌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사이에 발생하는 갑을 관계를 문제 삼기 이전에 낙수효과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최저가 낙찰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저가 낙찰제란 공사 입찰과정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사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제도로 현재 300억원 이상의 공사에 적용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공공건설사업 발주총액의 약 40%가 최저가 낙찰제로 시행됐다. 2014년에 최저가제 적용 대상을 100억원 이상의 공사로 확대하겠다는 정부 입장이 관철된다면 공공건설사업 발주총액의 55% 이상을 점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이처럼 공공기관부터 최저가 낙찰제를 선호하는 상황에서 원청업체가 생존을 위해 하도급 업체를 쥐어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 수 있다는 얘기다. 최상근 대한건설협회 계약제도실 실장은 "최저가 낙찰제 때문에 원청업체가 적자 수주를 감행하다 보니 하도급 업체에도 제대로 된 가격을 제시하지 못하는 관행이 발생한다"며 "최저가 낙찰제를 폐지해 적정한 공사비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건설업의 특성상 최저가 낙찰제가 입찰자들의 출혈경쟁을 유도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은 "토지 매입 및 미분양에 따른 금융비용 등 고정비용이 꾸준히 발생하는 건설업의 특성상 고정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적자 공사를 마다하지 않는 업체들이 있다"며 "최저가 낙찰제가 기업들의 덤핑 입찰을 유도해 경영환경을 악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한건설협회가 지난해 4월 전국의 최저가 낙찰제 현장 가운데 513개 현장을 대상으로 최저가 낙찰 공사의 실행률(실행예산/낙찰가격)을 분석한 결과 실행률 평균은 104.8%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사비로 100억원을 받았지만 실제 공사비는 105억원 가까이 들어가 건설사들이 손해를 보고 있는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발주처가 제시하는 예정가격이 매년 낮아지고 있어 최근 실제 낙찰률은 설계가 대비 75%에 그친다"며 "원도급 업체가 덤핑 투찰이나 저가로 수주하면 그 손실이 하도급 업체나 자재·장비 업체, 근로자 등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불공정 하도급 관행을 없애려면 계약제도의 출발점부터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원청업체가 발주처로부터 적정 공사비를 받고 일을 시작해야 정상적인 하도급 계약이 가능해지고 행여나 부정한 하도급 계약을 강요했을 경우 이를 처벌할 근거도 강력해진다는 설명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적정가격제도를 만들어 기업들의 이윤을 보장해야 불공정 계약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진다"며 "입찰시 가격뿐 아니라 입찰자의 기술능력 및 공사 수행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희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