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요.”
처음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는 복잡한 금융시장 구조와 정보경제학의 내용을 쉽게 설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나름대로 요령이 생겨 이제는 “신용평가사는 금융시장의 경비견(Watchdog)입니다”라고 답한다. 사실 선진 금융시장에서는 오래 전부터 신용평가사를 이렇게 부르고 있으며, 차가운 집 밖에서 외롭게 집을 지키고 있는 경비견의 이미지가 신용평가사에 잘 어울린다.
경비견과 신용평가사의 가장 큰 유사점은 그 역할에서 찾을 수 있다. 경비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집을 안전하게 지키고, 위험이 있을 때 주인에게 이를 알리는 것이다.
그 덕에 주인은 마음 놓고 잠을 잘 수 있다. 신용평가사의 역할도 마찬가지이다. 거시경제의 변화, 이자율 변동 등 신경 써야 되는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닌 투자자들이 수많은 투자대상의 안정성에 대해 일일이 분석해야 한다면 그 비용과 노력이 상당할 것이다. 그러나 신용평가사가 기업의 신용도만을 전문적으로 분석하고, 위험을 시장에 알림으로써 투자자들은 원활한 투자활동을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유사점은 의심이 많고, 이로 인해 종종 오해를 받는다는 점이다. 손님 입장에서 의심의 눈초리 보내는 경비견이 부담스러운 것처럼, 기업 입장에서 위험요소(Risk Factor)를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신용평가사의 애널리스트들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사실 평가를 의뢰하는 기업관계자를 만나보면 성장 가능성(Upside Potential)보다는 위험(Downside Risk)을 주목하는 신용평가사의 태도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오해는 신용평가의 한쪽 측면만을 바라보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오히려 경비견 덕분에 주인이 손님을 반갑게 집안에 들일 수 있는 것처럼, 신용평가사가 있음으로 해서 투자자가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점에 주목해 주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건전하고 효율적인 금융시스템의 발전을 위해서는 독립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신용평가사의 발전이 필수적이다. 이런 이유에서 선진 금융시장의 발전이 신용평가사의 발전과 괘를 같이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우리 금융시장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신용평가사가 늘 깨어있어야 하기 때문에 어깨가 무겁다.
<강석인 한국신용정보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