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프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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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좀 본다는 사람이라면 형민우 작가의 '프리스트'를 모르는 이가 거의 없다.
1999년 당시 우리나라 만화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획기적인 그림체와 철학적인 이야기로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던 '프리스트'는 미국 서부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신을 배반해 악마가 된 신부 이반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배트맨' 같은 다크 히어로물 장르로, 선과 악의 경계 속에서 철학적, 종교적 고뇌를 겪는 주인공을 내세워 세기말적 암울한 세계관과 종교에 대한 작가의 고민을 담았다.
2003년까지 5년간 연재된 작품은 단행본 16권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작품에 더 이상 몰입할 수 없었다"는 이유로 연재를 중단한 형 작가는 당시 많은 비난을 받았다. 할리우드에 판권이 팔리니까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는 거냐는 식의 비난이 쏟아졌다. "독자와의 약속이라는 미명 아래 안 되는 그림을 억지로 그리고 싶지 않았다"는 작가는 "몰입을 할 수 있을 때 꼭 완결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2003년 만화는 중단됐지만 작품은 그때부터 스스로 커 나가기 시작했다.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된 작품 연출은 '쥬라기 공원', '화성침공' 등의 작품에서 시각효과를 맡았던 스콧 스튜어트 감독이 맡았고 '뷰티풀 마인드', '기사 윌리엄' 등의 영화에서 활약한 영국 출신 배우 폴 베타니가 주연 프리스트 역을, '미션 임파서블3'와 '다이하드 4.0' 등에서 액션 여전사로 활약했던 매기 큐가 여주인공 프리스티스 역을 맡았다. 작품은 3D로 제작됐으며 할리우드 영화 평균 제작비 수준인 6,000만 달러(약 645억원)가 투입됐다.
지난 5월 미국에서 개봉한 작품은 입장권 수입이 제작비를 상회할 정도로 흥행 수입이 나쁘진 않은 편이어서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화 관계자들에 사이에서는 원작의 철학적인 세계관과 다층적인 이야기가 배제된 채 단순한 할리우드 액션물로 변질된 것이 단점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화는 원작과 달리 배경은 미래로, 복수의 대상도 좀비나 악마에서 뱀파이어로 바뀌었다.
"할리우드는 그리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고 원작을 어떻게 바꾸느냐는 그들의 몫"이라는 말로 평가를대신했다. 국내에서는 오는 9일 개봉해 한국 관객들의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