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돈 세탁행위 자체도 '범죄'자금세탁방지법 추진 배경·파장
정부는 국내 원화·외화거래, 국내외 원화·외화거래를 망라한 범죄관련 금융거래를 적발하고 처벌할 수 있는 자금세탁방지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또 적발기구로 금융 분야의 「국가정보원」이라고 할 수 있는 금융정보기구(FIU·FINANCIAL INTELLIGENCE UNIT)도 발족시킬 방침이다.
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금세탁 규모는 99년의 경우 약 54조~170조원에 이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99년 국내총생산(GDP)의 9~28%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이다. 또 내년부터 외환거래가 완전 자유화됨에 따라 국내외 금융거래를 통한 자금세탁도 지금보다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검은 돈을 뿌리뽑기 위한 정부의 대책을 알아본다.
◇자금세탁방지법, 왜 필요한가
자금세탁이란 「중대범죄로 인한 범죄수익을 금융기관을 통해 합법적인 자금으로 가장, 은닉하는 행위」를 말한다. 여기서 중대범죄(자금세탁의 전제라는 의미에서 「전제범죄」라고 함)란 탈세·밀수·조직범죄·도박·마약·뇌물·횡령·거액 금융사기 등을 말한다.
마약자금제외 처벌규정 없어 법적근거 마련
비밀보호와 상치 금융거래 위축 부작용 우려
현재 우리나라의 법체계로 전제범죄는 관련법에 의해 처벌된다. 그러나 자금세탁은 마약을 제외하고는 관련법이 없어 처벌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에 자금세탁방지법(가칭)을 제정, 범죄와 관련한 자금세탁 그 자체도 범죄로 규정, 적발하고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자금세탁, 어떻게 적발하나
정부는 자금세탁 적발기구로 금융정보기구(FIU)의 발족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재경부·검찰·국세청·경찰·관세청·금감원·금감위·시중은행 등으로 과천 재경부 청사에 FIU 발족기획단을 설립할 것을 추진하고 있다.
자금세탁 적발을 위한 핵심 제도는 「혐의거래 보고제도」이다. 금융기관 종사자들이 원화·외화거래를 막론하고 통상적인 거래로 볼 수 없는 범죄관련성이 높다고 보여지는 이상 금융거래를 발견하면 이를 해당 금융기관 본점을 통해 FIU에 보고하게 된다.
FIU에는 주민등록 전산망, 금융거래 정보망, 국세청 전산망, 관세청 전산망, 경찰 전산망, 외환 전산망 등 각종 전산망이 종합적으로 들어와 있다.
따라서 FIU는 금융기관으로부터 개별적으로 보고된 「혐의거래」를 각종 전산망으로 조회, 보다 범죄가능성이 높은 금융거래를 적발해 내고 이를 수사기관에 통보하면 수사기관이 수사에 착수, 실제 범죄와 자금세탁을 적발하고 처벌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혐의거래 유형에 따라 원화·외화거래를 막론하고 가명·차명계좌로 의심되는 경우 단기간에 거액의 빈번한 입출금 후 계좌 해지 거액의 분할거래 비밀을 강조하는 고객과의 거래 해외 송금시 허위정보 또는 불명확한 정보제공 자금세탁방지제도가 취약한 국가·지역과 관련된 거래 비거주자의 재환전 범위를 초과하는 송금 등을 제시했다.
◇금융거래 비밀보호와는 상충되지 않나
금융실명법에는 금융기관이 영장없이 고객의 금융거래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자금세탁방지법은 고객의 이상 금융거래를 FIU에 통보하도록 함에 따라 금융거래 비밀보호와 상치되는 측면이 있다.
정부는 이를 『공익(公益)을 위해 일부 사익(私益)이 침해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재경부는 『국제적으로도 범죄예방 등을 위해 금융거래 비밀보호의 범위가 축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거래 비밀보호 축소에 따른 금융거래 위축 가능성, 남용 가능성 등 부작용의 우려도 있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는 제외되나
지난 97년 정부가 추진했던 자금세탁방지법이 좌절됐던 이유는 정치권의 반발때문이었다. 당시 정부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와 관련한 금융거래도 자금세탁으로 규정, 처벌하는 조항을 포함시켰었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이 법의 입법에 반대했고 결국 좌절됐다. 이에 따라 이번 자금세탁방지법에는 정치자금 수수와 관련한 조항은 배제하기로 했다. 정부는 정치자금 관련은 별도의 부패방지 입법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안의식기자ESAHN@SED.CO.KR
입력시간 2000/08/18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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