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원자력硏, 세포 파괴않고 결정구조 분석

냉중성자 실험동 완공… 신약등 바이오연구 활기띨듯<br>중성자 유도관 제작 핵심기술 '특수거울' 개발<br>하나로원자로서 총 10개 유도관 연결 설치<br>나노단위 물질분석등 수준높은 연구도 가능

중성자 유도관용 거울 표면을 코팅하는 박막증착장비. 왼쪽 중앙부의 검은 전선이 연결된 부위에 니켈ㆍ티타늄 등 금속판을 넣고 전기 플라즈마와 아르곤 가스를 이용해 금속판의 입자가 유리기판에 달라붙도록 한다. 유리판이 이 부분을 지나가는 시간을 조절해 코팅층의 두께를 조절한다.

코팅 및 유리기판 접합과정을 끝내고 완성된 중성자 유도관. 각 유도관을 0.5㎜ 두께의 실리콘 링과 특수 접착제를 이용해 수평으로 접합한다.

원자력연구원은 27일 냉중성자 실험동을 완공하고 준공식을 가졌다. 이 실험동에는 오는 2010년까지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에서 생산된 냉(冷)중성자를 이용해 분자 단위의 물질이나 단백질 등 살아 있는 세포 등을 연구분석할 수 있는 40m 길이의 냉중성자 이용 산란장치 등 7종의 분석장비가 하나씩 들어선다. 이들 장비는 살아 있는 세포와 실험재료를 파괴하지 않고도 결정구조 등을 분석할 수 있어 바이오 신약 개발, 나노 단위의 물질 분석ㆍ개발, 생체세포ㆍ단백질복합체 연구 등 바이오ㆍ나노 분야에서 보다 수준 높은 연구가 가능해진다. 냉중성자 실험동을 가능하게 한 핵심 요소 중 하나는 '중성자 유도관(Neutron guide tube)' 기술이다. 중성자 유도관이란 하나로 원자로에서 발생된 열(熱)중성자를 영하 250도의 액체수소에 충돌시켜 생성된 냉중성자를 30m 안팎의 거리에 있는 냉중성자 실험동으로 전달해주는 장치 중 하나다. 중성자는 X선ㆍ감마선보다 투과율이 높아 대부분의 물질을 투과해버리므로 전선ㆍ파이프 등으로는 분석장비까지 전달하지 못한다. 중성자를 수십m~1㎞ 떨어진 분석장비까지 이송하려면 중성자를 반사시키는 거울이 필요하다. ◇중성자 유도관이란=대부분의 물질을 투과해버리는 중성자를 반사시켜 먼 곳까지 전달해주는 장치다. 역할은 일종의 파이프와 같지만 사각형의 관 형태다. 내부는 중성자를 반사시키는 거울로 제작됐다. 길이 1.5m 유리판 4개를 접합시켜 세로 15㎝, 가로 2~5㎝ 크기의 사각형 관을 만들게 된다. 원자로에서 생성된 냉중성자는 빔(Beam) 형태로 유도관에 전달된다. 중성자 빔은 유도관 내부의 거울에 반사되는 과정을 반복하며 관 외부로 투과되지 않으면서도 먼 거리까지 전달된다. 중성자 유도관을 제작하는 핵심 기술은 중성자를 반사시킬 수 있는 거울의 제작이다. 중성자 유도관용 거울은 유리나 거울 등의 전반사(빛을 투과시키는 투명한 유리도 빛이 들어오는 각도에 따라 거울처럼 반사시킴) 효과를 이용한다. 유도관용 거울은 니켈 코팅을 한 뒤 유리 수평면을 기준으로 약 0.5도 각도로 들어오는 중성자 빔을 반사시킨다. 이 각도 이상으로 넓게 퍼져 들어오는 부분은 투과된다. 초정밀 코팅과 유리기판 접합기술이 필요한 중성자 유도관은 현재 프랑스ㆍ스위스ㆍ헝가리 등 3개국만 상용화했으며 수입비용은 1m당 1억원에 이른다. ◇어떻게 개발했나=원자력연 중성자과학연구부 조상진 박사팀이 국산화한 중성자 유도관은 열팽창이 거의 없는 15㎜ 두께의 붕규산 유리로 제작된다. 이 유리에 포함된 붕소 성분이 중성자와 충돌하면 유리 내부에서 헬륨으로 가스화되기 때문에 코팅되지 않은 부분이 중성자에 노출되지 않도록 접합해야 한다. 유리 표면은 중성자를 반사하는 니켈과 중성자를 흡수하는 티타늄을 5~7나노미터(㎚ㆍ1㎚는 10억분의1m) 두께로 번갈아가며 약 120층 코팅이 이뤄진다. 초정밀 코팅 기술과 함께 진공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유도관의 특성상 10마이크로미터(㎛ㆍ1㎛는 100만분의1m) 이하 정밀도로 유리기판 접합기술이 요구된다. 전반사 효과에 다른 입사각을 약 1도 이상으로 높이기 위해 니켈과 티타늄을 약 120층까지 반복해 코팅한다. 코팅 과정의 핵심 기술은 코팅 두께를 처음에는 얇게 했다가 점차 두께를 늘려가는 것. 이를 통해 표면층에서 투과된 중성자 빔이 아래층에서 반사되는 효과를 얻고 보다 먼 거리까지, 보다 많은 양의 중성자 빔을 전달한다. 조 박사는 "입사각 1도 이상의 중성자 빔은 각종 분석장비에 거의 사용되지 않아 투과된다. 현재 니켈-티타늄을 약 6,000층까지 코팅해 입사각을 2.5도 수준까지 올린 초거울(Super Mirror) 기술까지 개발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된 중성자 유도관의 국산화 연구를 통해 하나로 원자로에서 이번에 준공된 냉중성자 실험동까지 5개 노선에 약 250m에 달하는 중성자 유도관을 설치했다. 제작비용도 1m당 3,000만원 수준으로 낮췄다. ◇향후 연구영역=이번에 준공된 냉중성자 실험동에는 하나로 원자로부터 총 10개의 중성자 유도관이 연결될 예정이다. 1단계로 사용되는 노선은 냉중성자 5개며 2012년부터 시작되는 2단계 시설에는 냉중성자 2개와 열중성자 유도관 3개를 추가로 연결할 예정이다. 중성자 유도관에는 각종 분석장비가 연결돼 냉중성자의 경우 단백질 등 살아 있는 세포와 각종 분자 단위 연구가 가능해진다. 향후 열중성자 유도관까지 연결되면 원자 단위의 물질과 원자의 자기 스핀에 대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열중성자는 원자로의 고속중성자가 물속의 수소와 충돌해 생성된다. 냉중성자와 파장대가 다르며 현재 개발된 코팅기술을 응용하는 것만으로도 유도관을 제작할 수 있다. 원자력연은 중성자 유도관 내부를 타원형 곡선 형태로 만들어 유도관이 끝나는 특정 지점에 중성자 빔이 모이도록 하는 기술, 끝단을 파라볼라안테나처럼 제작해 전달된 중성자 빔이 한 점에 집중되도록 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또 유도관 외부에 자기장을 걸어 특정 극으로 편향된 중성자 빔만을 뽑아내는 편극 중성자 유도관 기술도 개발 중이다. 이 유도관은 유리기판 코팅 재료로 코발트가 배합된 철과 실리콘을 사용, 유도관 외부의 자기장을 내부로 전달해 특정 극으로 편향된 중성자 빔만을 반사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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