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통령의 해명ㆍ사과만 남았다

현대상선의 4,000억원 대북지원문제에 대한 김대중 대통령의 대응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정도(正道)로 풀어야 할 문제를 놓고 옆 길로 빠져 의혹만 증폭시키고, 사태의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 이 사건의 핵심은 얼마를, 왜, 어떤 경로로 북한에 주었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국민들은 관련 당사자들이 그 동안 이 문제에 대해 왜 거짓말을 했고, 대통령은 왜 수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더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에 비추어 일종의 평화비용 성격을 지니는 대북지원문제에 대해 한나라당이 절차적 위법성을 들어 범죄행위라고 단정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또한 통치행위를 이유로 스스로 면죄부를 요구하는 김대통령의 태도 또한 설득력이 없다. 이 사건과 관련해 북한 당국자는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거래였다고 남한 정부의 입장을 `엄호`하면서 이 사건에 대한 남한내의 논란이 남북대결상태를 초래 할 수 있다고 협박했다. 남한 쪽의 핵심 당국자의 한 사람인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은 “북한에 단돈 1달러도 준적이 없다”고 한 지난해 국회증언과 관련, “현대가 북한에 준 돈은 북한과의 독점적인 사업계약에 대한 대가 였다”면서 현대가 주었지 정부가 준 돈이 아니므로 자신은 위증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남북 당국자의 이 같은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은 이 사건의 진상규명이 필요한 이유를 말해주고 있다. 남북교류에는 비밀로 해야 할 사안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비밀이 많으면 정상적인 관계의 진전이 방해를 받게 된다. 가급적 투명하게 해야만 정상적이고도 안정적인 관계로 발전될 수 있다. 독일도 분단시절 서독에서 엄청난 자금과 물자를 동독에 지원했으나 지원에 대한 대가를 요구했으며, 지원의 근거를 남겼다. 의혹규명에 대해 남북관계 파기 운운하는 북한의 비뚤어진 자세를 교정하기 위해서도 진상은 규명돼야 한다. 대북지원이 이뤄진 2000년 당시 현대의 대북사업이 단기적으로는 물론 장기적으로도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는 사실은 이미 확연해졌다. 그런 사업에 수천억원의 현금을 대가로 지불했다는 것은 기업적인 면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 설령 그것이 사실이더라도 손실보전에 대한 정부차원의 보장이 뒤따라야 했을 것이다. 이제 와서 기업의 결정으로 돌리는 것은 무책임한 자세다. 검찰이 이 사건에 대해 수사유보 결정을 내린 것은 실망스럽다. 그러나 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국회가 참여하는 특검제를 이용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아울러 김대중 대통령은 국회에서 전후사정을 설명하고, 불법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사과하고 양해를 구함으로써 정치적인 타결의 길을 열어야 할 것이다. <박영순ㆍ윤호병원안과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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