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2의 「섬유르네상스」를 열자/장석환 섬유산업연 부회장(기고)

지난 87년 11월11일 우리 섬유인들은 섬유산업이 단일업종으로는 처음으로 수출 1백억달러를 달성한 것을 다함께 축하하고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섬유의 날」을 제정한 바 있다.10년이 지난 오늘 우리 섬유산업은 그 당시와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이렇게 된 근본책임은 국내의 환경변화에 슬기롭게 대처하기 못한 우리 섬유인에게 있다. 그러나 업계를 지도, 지원해 주어야 하는 정부가 너무 일찍 역할을 포기한 책임도 면할 수 없다. 고임금, 고금리, 고지가, 고규제의 고비용구조하에서 후발개도국들과의 가격경쟁력은 무리다. 일단 정착된 고비용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이탈리아와 독일, 미국 등 선진국들이 고비용구조하에서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고부가가치쪽으로 구조를 바꿀 수 밖에 없다. 지식과 정보가 집약된 생활문화산업으로의 탈바꿈이 우리 섬유산업의 21세기 비전이다. 현대는 정보화시대다. 섬유산업과 정보가 결합된 대표적인 제도가 미국에서 12년전에 시작해 미국섬유산업을 획기적으로 부흥시킨 QR(Quick Response)제도다. 섬유원료의 생산에서부터 제품이 매장에서 판매될 때까지의 단계별 정보를 관계되는 모든 사람이 동시에 공유해 준비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재고와 운송 등에 따른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최대한 줄여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적기에 적정한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제도다. 또한 옷이 이제는 단순히 추위를 막기 위한 도구로서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면 팔리는 「Product Out」의 시대가 아니라 옷을 입는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켜야 선택돼 팔리는 「Market In」의 시대다. 우리 섬유산업도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초현대적 정보기법을 우리 섬유업계에 적용하는 데에는 통계와 표준등 기초적인 기반이 너무 취약하다. 즉 소비자 통계, 표준색상, 치수, 규격, EDI표준등이 서둘러 정비돼야한다. 섬유산업처럼 수요가 영원하고 수요증가가 보장된 산업도 없다. 우리 민족의 우수한 두뇌와 손재주, 예민한 감성과 4계절의 기후, 그리고 지금까지 쌓아온 생산기반과 확보한 세계시장을 감안할 때 우리만큼 유리한 입장에 서 있는 나라도 찾기 힘들다. 88서울올림픽, 93대전엑스포가 우리 섬유산업발전에 커다란 계기가 되었던 것을 거울 삼아 2002년 월드컵을 목표로 섬유산업 재도약 5개년계획을 수립해 정부와 업계, 단체, 학계가 각자 해야 할 일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감으로써 우리 섬유산업이 국가중심산업으로 자리잡는 제2의 섬유르네상스가 열리기를 「제11회 섬유의 날」을 맞아 기원해 본다.

관련기사



장석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