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본 금융지배 빨라진다
재벌계열 금융사 해외 벤치마킹 착수 IB설립 움직임유휴자금 대거 이동 금융-산업 분리 급속 붕괴될듯
김영기 기자 young@sed.co.kr
이철균 기자 fusionc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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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자본 입김 없게 은행수준 규제 강화"
정부가 자본시장통합법을 발표하기 무섭게 국내 재벌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재벌 계열 금융기관들은 골드만삭스 등 해외 대형 투자은행(IB)의 운영 행태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벌써 고위급 임원을 해외에 급파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은행에 일방적으로 편향돼 있던 우리 금융시장이 자본시장 쪽으로 이동하고, 금융기관 재편속도 또한 빨라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금융 전문가들도 자본시장 관련 6개 업종의 경영이 허용되고, 특히 새로 태어나는 금융투자회사가 결제 기능까지 갖출 경우 재벌 계열 제조업체들의 초단기 자금이 은행에서 재벌 계열 금융사로 대거 옮겨가는 등 자금흐름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아울러 재벌들이 대형 IB 설립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수십조원 규모의 유휴자금이 금융산업으로 이동하는 촉매제로 작용하면서 금기(禁忌)시됐던 금융과 산업의 분리가 급속히 붕괴될 전망이다.
20일 재정경제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4대 그룹 계열의 한 증권사 고위 임원진이 최근 자본시장통합법 발표를 전후해 대거 해외에 파견됐다. 김형태 한국증권연구원 부원장은 “통합법 제정 후 국내 대형 IB 출현의 필요조건을 만드는 것”이라며 “수년 내에 대형 IB가 출현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미 일부 증권사의 경우 금융투자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해외탐방 등을 통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4~5개 대형 IB의 등장이 예견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대형 IB의 등장이 임박해지면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겸업 제한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도 사실상 무의미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더 나아가 “그동안 산업자본의 소원이었던 은행 소유가 불필요해지는 시대도 머지 않았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미 증권회사의 경우 산업자본 유입 제한이 없는데다 앞으로 증권회사가 금융투자회사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산업자본의 돈이 더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회사는 소액결제ㆍ송금ㆍ수시입출금이 가능한 계좌를 갖게 돼 사실상 은행 영역까지 침범할 수 있기 때문에 금산법이 유명무실해진다는 지적도 일부 시민단체에서 제기하고 있다.
입력시간 : 2006/02/20 1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