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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 마누 바스카란 센테니얼그룹 싱가포르 경제연구소 대표
▦토론자 :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민유성 산업은행장, 김형태 자본시장연구원장 "금융개혁과 관련해서는 한국이 오히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세계가 아시아 등 신흥경제국의 빠른 경제회복 속도를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 이를 기회로 삼아 투자자들을 유치해야 한다."(민유성 산업은행장) 서울포럼 이틀째를 맞은 8일 신라호텔 영빈관에서는 '금융'을 주제로 한 특별세션이 진행됐다. 마누 바스카란 센테니얼그룹 싱가포르 경제연구소 대표가 진행자로 나선 가운데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와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민유성 산업은행장, 김형태 자본시장연구원장이 패널로 참여해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금융개혁, 한국 금융산업의 발전방향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바스카란 대표=현재 글로벌 경제에 많은 변화가 진행되고 있고 금융 부문에서는 개혁이 시도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가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말해달라. ▦펠드스타인 교수=유럽에서는 은행과 정부가 서로 악영향을 끼치며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은행이 문제를 일으키면서 정부의 재정적자가 심화됐고, 다시 이 문제 때문에 은행에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PIIGS(포르투갈ㆍ아일랜드ㆍ이탈리아ㆍ그리스ㆍ스페인) 국가들을 보면 은행들이 국채에 많은 투자를 했다. 하지만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국채에 문제가 발생했다. 유럽 은행들은 보유하고 있는 국채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로부터 자본요건 등을 강화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 미국은 다행히 대형 은행들의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 문제는 소형 은행이다. 이들은 지역사회와 중소기업에 많은 대출을 해줬다. 특히 상업 부동산 담보대출이 많다. 3,000억~4,000억달러 규모의 대출이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만기가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버블 붕괴로 담보자산의 가치가 하락해 대출 연장이 쉽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미국은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은행 규제의 필요성을 여론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어 내정자=한국은 금융위기를 오래 전에 겪었다. 하지만 위기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은행 부문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마련했고 상장기업에 대한 규제도 신설했다. 다시 말해 미국과 유럽이 현재 시도하고 있는 것들을 한국은 이미 10여년 전에 시행했다. 개혁 면에서는 우리가 앞서 있다고 할 수 있다. IMF 사태가 발생하기 전 한국 은행들의 부채비율은 300%에 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50% 수준으로 낮아졌다. 물론 문제도 있다. 부동산, 외환시장의 취약성, 산업자본 진입 제한에 따른 금융산업 발전 지연 등이다. 다음주부터 일하게 되는 국민은행의 경우 자산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23%에 불과하다. UBS는 스위스 GDP의 333%, 로열뱅크오브캐나다는 캐나다 GDP의 50%에 달한다. 한국 은행들이 외국으로 진출해야 하는데 작은 규모 때문에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 ▦민 행장=미국•유럽과 달리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 경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좋은 예가 한국이다. 한국은 IMF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 2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도 한국은 빠르게 극복했다. 세계의 관심이 신흥국으로 몰리고 있는데 한국은 이를 기회로 이용해 투자자를 유치해야 한다. 한국은 중국과 함께 아시아의 중심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그동안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금융 부문의 개혁이 과도한 규제로 저해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규제로 인해 수익성이 낮아진다면 경영진은 리스크가 높은 거래로 눈을 돌릴 수도 있다. 또한 각 국가는 고유한 금융 배경을 가지고 있고 성장 단계도 다르다. 나라마다 상황에 맞는 규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김 원장=미국은 금융개혁을 통해 상업은행의 영업영역에서 IB 부문을 분리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시스템 리스크를 감소시키는 데 궁극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도 은행을 개혁하면서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대처능력을 키워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리스크 테이킹'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위험도가 있는 거래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점이 다르다. 이런 점을 고려해 한국은 한국만의 금융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바스카란 대표=한국 등 신흥경제국은 경제회복이 강하고 빠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G3 국가들의 현재 자금 흐름이 신흥국 경제에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펠드스타인 교수=이게 바로 리스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유럽 중앙은행(ECB), 일본 중앙은행(BOJ) 등은 모두 기준금리를 거의 0%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금리정책이 잠재적으로 어떤 부작용을 가져올지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연준이 저금리를 계속 유지하면 장기적으로 부채가 더 늘고 부동산 거품도 더 커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G3 국가의 저금리 기조는 다른 자본군, 다른 국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 등 다른 나라들이 G3의 저금리 기조에서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한국도 현재 금리가 너무 낮은 건 아닌지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어 내정자=초저금리로 가져가는 건 아주 위험하다. 더블딥으로 갈 수 있는 위험도 있다. 특히 한국처럼 국제경제 노출도가 높은 국가는 즉각적으로 충격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이 점에 대해 한국 정부가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 또한 한국은 G20 회의 주최국이다. 오는 11월 회의에서 국제 금융구조에 대한 논의가 있을 예정인데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독자 행동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민 행장=금리 조절 등을 통한 유동성 공급은 장기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재정정책•통화정책, 그리고 여러 산업 부문에서의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조선, 건설, 일부 중소기업 등 재정상황이 부실한 기업의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이를 미루면 시장 전체가 비효율성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김 원장=한국은 외환시장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대처는 모든 국가에 있어 정책의 핵심이다. 시스템 리스크가 오는 근본 원인이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은 금융기관이 리스크를 너무 많이 감수하는 게 원인이었지만 한국은 언제나 금융위기의 원인이 외부에 있었다. 한국은 해외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도 자본 유출입에 원칙이 없다. 기업들은 헤지 방법을 다변화해야 한다. 독점 산업구조도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