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한중관계의 명과 암

中 진실된 친교·우의 모습 보이고 비합리적 북한 비호 줄었지만

한미 - 한중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 왜곡된 역사관 따른 주장 쏟아져

한중관계의 明 확대·暗 축소시켜… 전략적 동반자 역할 강화 노력을


지난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 및 정상회담 후 한중 관계는 소위 '성숙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그 친교가 더욱 돈독해지고 있다. 필자는 9월15~20일 한국 학자들 5명과 함께 중국 베이징 소재 저명 중국 연구소들을 순방하면서 한중 관계, 한반도 남북한 문제 등을 주제로 중국 학자들과 장시간 발표 및 토론 시간을 가졌다. 수년 전에 비해 토론장 분위기 및 토론내용 모두 친교적인 분위기가 크게 늘어난 것이 사실이었다. 토론내용 중 진실된 친교·우의 등을 명(明)이라고 하고 비우호·갈등 등을 암(暗)이라고 했을 때 4년 전에는 명과 암의 비율이 3:7 정도였다면 이번에는 7:3 정도로 정반대 현상을 나타냈다. 그 구체적인 명과 암을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다.

명의 부분 첫 번째는 우선 한국 학자들을 맞이한 중국 연구소들은 진정한 우의의 정을 지극정성으로 표명했고 허심탄회한 자세로 어떠한 주제에도 제한 없이 솔직한 토론을 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종전에 중국 연구소와 중국 학자들은 이러한 지성적인 노력들을 하지 않았다. 전에는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이중 삼중으로 복선을 깔고 주장하는 내용인지 참 구분하기가 어려웠는데 이번에는 이런 면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두 번째로 중국 측은 토론과정 및 식사시간 등을 통해 한중 친교의 중요성을 한결같이 강조하고 현재와 같은 한중 간 친교 증대 현상을 대단히 바람직한 현상으로 평가하면서 더욱더 내실 있는 노력들을 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세 번째로는 종전까지 일관성 있게 보여온 북한에 대한 비합리적 비호 태도들이 사라졌거나 많이 줄어들었다. 전에는 북한 이야기만 나오면 남북 관계에서 늘 남한이 문제가 있고 북한은 그들 입장에서 이해를 해줘야 한다는 등 비합리적인 북한 비호태도들을 표명해 토론장이 항상 갈등과 어두운 분위기가 되고는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점들이 거의 없거나 많이 약화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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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분명히 주장하고 있었다. 아직까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실효성 없는 6자회담을 주장하는 양상은 같았으나 '북한의 생존 차원에서' 혹은 '북한은 미국의 위협 때문에 핵 개발' 등 은근히 북한이 핵을 가질 수밖에 없지 않으냐 하는 식의 주장들은 많이 줄어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한중 간에 암의 부분들도 많이 남아 있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우선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를 소위 제로섬게임(Zero Sum Game) 차원에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이 가까워지려면 한국이 미국과 멀어져야 한다는 인식이다. 국가들 간에 협력의 요소들과 갈등의 요소들이 함께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대 국제 관계의 큰 특성인 상호복합적 의존관계(complex inter-dependence relations)를 무시하는 이야기다.

다음으로 중국의 한반도 분단 개입 및 오늘날의 북한 현실에 대한 중국의 책임과 관련해 왜곡된 주장들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면 한국 측 학자들의 "중국은 지난날 한반도 분단에 있어 주역국으로, 그리고 비참한 북한 현실에 대한 하나의 책임국으로 이제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정신을 갖고 향후 한반도 통일을 위해 진심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중국 학자들은 평정심을 잃고 흥분하면서 다음과 같은 반응들을 했다. "중국은 한반도 분단에 책임이 없다. 한반도의 분단은 그 당시 국제정치적인 상황이 주된 원인이었다" "중공군이 한국 전쟁에 참여한 것은 남의 나라 내정에 간섭한 행위가 아니라 미군의 중국 침공을 막기 위함이었다. 중공군이 미리 압록강·두만강을 넘어 한반도에 진입했기 때문에 미군의 중국 침투를 막을 수 있었다" 등 억지 주장들이 쏟아져나왔다. 한중 관계가 진정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현재 한중 간에 실존해 있는 명과 암의 실상을 정확하게 파악한 후 명의 부분을 확대하고 암의 부분을 축소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송대성 세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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