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3월 9일] 환율상승 막연한 예상 버려야

조문환(국회의원·한나라당)

지난주 1,500원을 돌파한 원ㆍ달러 환율에 대한 우려가 크다. 환율은 가급적 시장에 맡긴다는 정부에 적극적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와 외환시장 개입에 부정적인 의견이 공존하고 있다. 환율 전망 역시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도 하고 급락 리스크를 주의해야 할 시기라는 의견도 있다. 환율 방향 예측과 대응책 마련에 있어 외환시장의 달러 수요와 공급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달러화 상승을 이끈 주요 수요는 해외펀드와 키코(KIKO) 헤지 관련 물량, 경상수지 적자, 그리고 외국인 주식 순매도 물량이다. 반면 지난 2007년까지 주요 달러 공급원이었던 수출업체의 네고 및 헤지 물량은 최근 외환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환율이 더 오르면 팔겠다는 생각으로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달러 공급이 사라지면서 지난해 평균 78억1,000만달러였던 일일 서울 환시 현물 거래량은 지난달 24일 38억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달러 공급이 없다 보니 원ㆍ달러 환율은 부정적인 뉴스에 즉각 상승하고 하향 안정되기는 어렵다. 경상수지 흑자전환 할듯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 달러 수급에 몇 가지 변화가 관찰된다. 지속적인 환매로 해외펀드 설정잔액은 감소 추세이며 2008년 64억달러 적자였던 경상수지는 고환율 덕에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시간이 흐르며 키코 잔액도 소멸되고 주식시장의 외국인 지분도 지난해에 비해 감소해 주식이 급락하더라도 환시에 유입되는 달러 수요는 예전만 못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은 환율 추가 상승을 예상해 달러를 쌓아두고 있는데 환율이 상승할수록 흑자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최근 달러 상승심리를 부추긴 조선업 선박 취소 소식의 경우 수주금 수취 및 헤지 구조에 기반한 환시 유입 물량 예측 이전에 불안심리로 환율 상승에 일조한 면이 커보인다. 현시점에서 원ㆍ달러 환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내 물가와 수출뿐 아니라 최근에는 원ㆍ달러 환율과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와의 상관관계가 높아지며 환율이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경제의 리스크 지표로 이용되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경제의 펀더멘털 때문이 아니라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투자 손실 때문에 자금을 회수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환율 상승에 대한 막연한 예상과 달러를 쌓아두기보다는 수급 분석을 통한 효율적 대응이 바람직해보인다. 정부가 총 20조원 규모의 자본확충 펀드 출범을 결정했다. 얼마 전 기업대출에 대한 100% 신용보증과 신규 및 만기도래분 64조원에 대한 전액 만기 연장에 이은 이번 자본확충 펀드 조성으로 그간의 신용경색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은행이 기업 대출에 적극적일 수 없었던 것은 추가적인 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기존 대출 부실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은행들은 기업 옥석 가리기가 이뤄지기 전에 지원은 어렵다고 한다. 부진한 기업 구조조정은 지난해 11월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하향한 이유 중 하나였다. 또 현재 은행의 대출 심사 기준은 현재 자금 압박을 받는 기업에 대출을 집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정부의 뜻대로 공격적인 기업 대출을 집행했다 부실이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도 문제다. 은행별로 다른 기준을 적용할 경우 대출 부실에 대한 책임은 애매해진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9일 발표한 기업 구조조정 추진 방향과 전략은 채권금융기관이 중심이 되고 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채권은행은 추진 중인 건설ㆍ조선 업종의 실사를 오는 3월 말 확정하고 대기업에 대한 재무구조평가를 4월 말부터 시작한다. 정부는 자본확충 펀드와 자산관리공사를 중심으로 한 부실채권매입 확대 등으로 이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가 구조조정의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 한 은행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부실기업 퇴출을 추진할 이유는 적어 보인다. 자본확충펀드로 부실우려 줄어
기업 대출의 경우 정부가 위기상황시 대출 심사기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어제 자본확충 펀드 출범이 결정된 후 시중은행들은 거래 기업들과의 대출 상담에 나섰지만 은행 내부 대출 기준을 적용할 경우 정작 돈이 필요한 기업에 대한 대출 승인은 어려운 상태다. 은행 심사 기준상 매출감소와 국세 미납입 등이 있을 경우 심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데 중소기업 운영자들은 “매출이 줄어 국세를 내지 못할 지경에 이르러 대출을 받으려 하는 것인데 그럼 빚을 내서 국세를 납입한 다음 다시 대출을 받으라는 것이냐”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은행 입장에서도 부실 책임을 누가 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함부로 대출을 집행하기는 어렵다. 이번 자본확충 펀드는 기업의 신용경색을 해결하면서도 은행권의 자기자본 감소와 부실자산 우려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부가 노력한 결과다. 이제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공급될 수 있도록 정부가 구체적인 구조조정과 대출기준 기준을 제시할 때다. 은행권 역시 건실한 기업 지원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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