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설에 대해 사실무근임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의 기대감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지면서 주가 조정 기간이 길어지자 주주들의 자사주 매입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0.78% 오른 130만원에 마감되며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그동안 매도공세를 펼치던 외국인들이 전일 650억원을 순매수한 데 이어 이날도 1,100억원 넘게 사들이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 영향으로 코스피지수도 10.88포인트(0.57%) 오른 1,923.91포인트를 기록, 지난 6월10일(1,932.70포인트)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595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이틀 동안 5,333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 상승의 배경은 전날에 이은 사주 매입설이다. 전일 삼성전자가 400만주에 달하는 자사주를 매입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진 데 이어 이날 장 초반부터 또다시 자사주 매입설이 돌았다. 특히 이날은 이건희 삼성 회장의 건강 악화설과 함께 주가방어 차원에서 자사주를 매입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인용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은 수요 사장단 회의 뒤 브리핑을 통해 "자사주 매입 소문은 사실무근으로 전일 주가가 오르면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며 시장의 루머에 대해 일축했다. 이 회장 건강 악화설에 대해서도 "건강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 6월 초 154만원까지 상승했으나 약 2개월여 만에 20%가량 하락했다.
특히 외국인이 지난 두 달간 3조5,000억원이 넘는 매도물량을 쏟아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보유비중이 47.34%까지 하락하면서 최근 3년 5개월 사이에 최저 수준을 경신했다. 이러한 정황들이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주고 있는 것.
여기에 비금융계열사에 대한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 것도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설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의 지분을 각각 7.21%, 1.26% 등 총 8.47%를 보유 중으로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2015년부터 삼성 금융계열사의 삼성전자에 대한 의결권 일부가 제한된다.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중요한 이슈인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설이 진위 여부를 떠나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삼성의 자사주 매입설이 주는 무게감은 과거와는 분명 다르다"며 "국회에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된 경제민주화 법안이 대거 논의될 예정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시점에서의 자사주 매입설은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선 프로젝트로 확대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현재 주가 조정으로 낮아진 밸류에이션을 감안하면 주가 상승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스마트폰시장 성장성 둔화에 대한 우려감과 시장기대치를 소폭 하회한 2ㆍ4분기 실적, 외국인의 지속적인 매도 등으로 주가가 조정을 받고 있다"며 "3ㆍ4분기 사상 최대 실적 달성과 스마트폰 시장지배력 강화 등을 감안할 때 주가의 추가 하락보다는 반등에 무게가 실린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