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업을 이렇게 몰아쳐도 괜찮나

비정규직 처우개선, 사회공헌기금 등 기업에 큰 부담을 주는 노사현안을 둘러싸고 요즘 정부와 노동계가 취하고 있는 움직임을 보면 기업을 너무 궁지로 몰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시장경제 원리나 자본주의 원리에 반한다는 지적은 제쳐두더라도 과연 이렇게 하고도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지 정말 걱정이다. 특히 노사 양쪽 사이에서 균형 잡힌 자세로 서로의 양보와 합의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해야 할 정부가 노동계에 편향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김대환 노동부장관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사회공헌기금 문제에 대해 ‘노조와 재계의 의견을 수렴해 공론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업계 노조가 당기순이익의 5%를 사회공헌기금으로 출연하라고 주장한데 대한 정부의 입장인 셈이다. 김 장관의 공론화 발언은 사견을 전제로 한 것이었지만 그 동안 노사간에 물밑에서 거론되던 이 문제를 올해 노사관계의 확실한 쟁점으로 부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김 장관은 재계일부에서도 노동계가 임금인상 문제에서 양보한다면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해서 한말이라고 해명했으나 재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자본주의를 하지말자는 이야기냐’, ‘이러고도 기업을 어떻게 하란 말이냐’라는 반응이다. 비정규직 대책도 마찬가지다. 김 장관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대책을 내놓으면서 ‘이 대책이 민간기업에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현은 가이드라인이지만 사실상 ‘이렇게 하라’는 압박이라는 게 경영계의 분석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에 관한 정부대책의 또 다른 문제는 처우개선 조치가 막대한 재정소요를 유발하게 됨에도 불구하고 정부쪽의 고통분담 노력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세금을 더 거둬 정규직공무원을 늘리자는 것으로 솔선 수범하는 자세가 아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그 인력의 규모가 워낙 크고 처우차별의 도가 지나쳐 마땅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사회공헌기금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점에서 고려할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기업들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정규직이 임금인상 주장을 굽히지않고 있는 상태에서 노동계가 주장하는대로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정규직 임금의 85% 수준)을 하자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그 부담으로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워질 처지다. 여기다가 사회공헌기금까지 내야 한다면 기업들이 어떻게 될까. 정부도 입만 열면 투자활성화를 말한다. 그러나 기업들이 존립마저 걱정할 상황에서 투자를 제대로 하고 신규인력을 채용하려 하겠는가.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이들 문제는 노동계의 양보와 희생, 기업의 노력, 정부의 균형적인 역할이 어우러져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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