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유가 60달러 붕괴… 한국 경제 득실 꼼꼼히 따져봐야

국제유가가 추락 일변도다. 유가의 바로미터인 서부텍사스산원유는 11일(현지시간)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던 배럴당 60달러를 하향 돌파했다. 8월 중순 90달러 중반까지 갔던 국제유가가 불과 4개월여 만에 40%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지난달 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합의 불발에 이은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불가 방침, 셰일가스 개발 확대 등이 글로벌 시장에 공급과잉 우려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이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유가하락은 소비자 입장에선 환영할 만하지만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이다. 2013년 기준 9억배럴의 원유를 수입하는 우리에게 유가하락은 비용감소를 의미한다. 그만큼 국내 경제에는 긍정적인 현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의 유가하락으로 한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4%의 비용감축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도 유가가 내려갈 때는 경제성장률이 올라가고 경상흑자가 늘어나는 동시에 시중 물가가 떨어지는 등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41조원의 경기부양 대책과 두 차례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꿈쩍도 않던 국내 경제가 그나마 회복세로 돌아설 수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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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긍정적 효과 못지않게 국제유가 하락이 자칫 한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조짐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 경제의 디플레이션이 국내 경기뿐 아니라 해외 수요부진, 그리고 국제 원유가 하락으로 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 제조업에서는 경영악화 조짐까지 나타나는 실정이다. 당장 석유정제산업·조선업 등 주력업종들이 유가하락에 따른 실적악화를 겪고 있다.

국제유가는 금융과 더불어 경기변동의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그런 측면에서 국제유가가 하락하는 것은 당장은 호재로 봐도 좋을 것이다. 다만 유가하락이 국내에 미치는 장단기 영향과 국내 산업별로 미치는 영향에서 서로 큰 차이를 보이고 이 같은 추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불투명한 만큼 면밀한 모니터링은 필수적이다. 불확실한 대내외 상황에서 유가하락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득실을 꼼꼼히 따져보고 경우의 수에 따라 만반의 준비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 기업들도 이번 유가하락을 계기로 그 경제적 효과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함과 동시에 해외 시장 구조조정에도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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