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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촌호수의 러버덕, 아이스버킷 챌린지, 소프트리 아이스크림이 갖는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우선 매우 사소한 아이템이지만 그 이면에는 나름의 비전이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전파됩니다. 마지막으로 그 유행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독특한 아이템이 뉴스로 종종 등장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모든 사람이 알아야 할 경제, 정치적 현안도 아니고 오랫동안 대중을 감화시킬 수 있는 문화 콘텐츠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이 그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쏠림 현상’(Herd Behavior)인 것입니다.
경제학자들은 쏠림 현상을 확산, 또는 사회적 전염(Social Contagion)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풀이했습니다. A라는 사람이 새로운 환경이나 상황에 봉착했는데 좋은 의사결정을 내릴 만큼 충분한 지식과 정보를 갖지 못한 상태라고 합시다. 이때 A는 본인이 일일이 행위의 효용을 따지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참고해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여러분 모두 한 번 쯤은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에 내려서 행선지를 찾아갈 때, 방향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을 따라가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쏠림 현상 중 하나입니다.
마케팅 학자들은 ‘쏠림 현상’이 매우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화여대 경영학과 송상영 교수가 ‘마케팅 연구 저널(Journal of Marketing Research)’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네트워크의 중심에 있는 사람은 쏠림현상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의사들이 신약을 구매하여 병원 처방에 사용하거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식료품을 구매할 때에도 네트워크상 허브 역할을 하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오피니언 리더의 의견에 따라 일일이 장단점을 따지기 어려운 제품을 손쉽게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사회학자인 센톨라와 메이시는 쏠림 현상의 중요한 전제조건들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우선 믿을 만 해야 합니다. 신뢰성 있는 정보 원천이라는 믿음이야말로 쏠림에 기반한 선택의 선결 요건이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정당성을 가져야 합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공정하다고 느끼는 일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감정적 확산(Emotional contagion)의 면모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어떤 일이든지 감정적으로 동조할 때, 상대방의 행동이나 선택을 받아들이기 쉽다는 것입니다. IMF 경제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했던 국민적 열기가 좋은 예입니다.
그러나 쏠림 현상에는 부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홍위병’으로 유명한 중국의 문화대혁명은 처음에는 모택동의 권력 의지에서 출발했지만 나중에는 민중들 개개인이 지식인을 학살하는 자경단으로 돌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공산당 정부도 홍위병들이 자제할 것을 요청했지만, 이미 대중의 공감을 기반으로 한 쏠림 트렌드가 강하게 작동했기에 이들의 문화 파괴와 반인권 행위를 멈출 수 없었습니다. 여성과 특정 지역 출신의 인사를 난도질하기로 유명한 어느 온라인 커뮤니티도 쏠림 현상의 일단면으로 해석됩니다. 선거 때만 되면 거의 사회 운동 수준의 국민적 열기를 조장해 내려는 정치인들의 시도도 쏠림 현상을 전략적으로 이용한 경우입니다.
인류의 고전인 성경 속에는 예수가 간음한 여자를 박해하는 바리새인들에게 쏠림 현상에 입각한 판단을 경고하는 메시지가 나옵니다. “너희들 중 죄 없는 자, 이 여자를 돌로 쳐라.” 윤리적으로는 자기를 되돌아보라는 주문입니다. 다른 한 편으로 예수는 의사결정을 위한 충분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타인에 휩쓸려 선택을 내리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점을 꼬집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쏠림 현상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합니다. 줏대 없이 이리저리 끌려다니거나 제 3자에게 이용당하는지도 모르고서 이용당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