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주창훙에 세계 이목 집중

3조5,000억달러 주무르는 '보이지 않는 큰 손'<br>맨손으로 미 건너가 물리학 박사<br>이후 채권트레이더로 명성 떨쳐<br>SAFE 부임 후에도 고수익 안겨


중국의 40대 전직 물리학도가 3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중국의 보유외환을 주무르는 '보이지 않는 큰손'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009년 말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에 부임한 주창훙(43) 최고투자책임자(CIO)에 대해 "미 국채에 치중됐던 SAFE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며 '출구전략 시대'까지 내다보는 '혜안'을 보여준 인물"이라고 집중 조명했다. WSJ는 주 CIO가 "(투자파워만큼이나) 드라마틱한 인생역전을 이뤄낸 인물"이라며, 특히 "놀라운 투자성과와 달리 변변한 얼굴사진 한 장 구하기 힘든 '보이지 않는 큰손'"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부임과 더불어 SAFE는 안정적이지만 수익성은 낮은 미 국채에서 벗어나 회사채ㆍ주식ㆍEU국채ㆍ부동산 등으로 투자처를 다변화해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 외환투자의 대표주자로 주목돼온 국부펀드 중국투자공사(CIC) 대신 SAFE가 급부상한 배경도 그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힘들다.

SAFE는 투자성과를 공시하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인 투자내역과 수익률은 공개되지 않지만 WSJ는 "그의 성과는 실체적이고 높은 수준"이라며 "지난해 SAFE는 그의 투자결정 덕분에 매우 훌륭한 한 해를 보냈다"는 중국 관료의 말을 전했다.


'거물' 투자자로서의 그의 성과가 더욱 주목되는 것은 도전에 도전을 거듭해온 그의 인생여정 때문이다. 중국 중부 안후이성 출신인 그는 20세에 낙후된 고향을 떠나 미국 땅에 도착, 양자물리학 박사 학위를 거머쥐며 첫번째 인생역전을 이룬다. 하지만 물리학자의 삶 대신 그는 낯선 채권 트레이더의 길을 선택했다. 이후 그는 미국에 머무른 20년 동안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에서 빌 그로스 CIO의 '오른팔'로 자리할 만큼 탁월한 투자실력을 입증했다. 그의 박사논문을 지도했던 폴 위그먼 교수는 "빠른 (투자) 판단력과 기업가적 기질이 그를 월가로 이끈 것 같다"면서 "미국 사회와 투자문화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한 가운데 이뤄낸 성과라 더 놀랍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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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에 대저택 두 채와 라스베이거스 별장을 소유하며 이른바 '아메리칸드림'을 달성한 그의 삶은 이강 중국 인민은행 부총재가 보낸 '러브콜'로 다시 한번 지각변동을 겪었다. 미국에서 경제학과 교수를 지냈던 이 부총재는 중국의 이공계 인재 리턴 프로그램인 '천인(千人) 계획'의 일환으로 그를 설득, SAFE의 투자책임을 맡기는 데 성공했다.

그의 부임 이후 SAFE는 급변하는 투자환경에서도 쏠쏠한 성과를 누리며 금융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주 CIO 부임 직후인 2010년 6월 중국 보유외환의 45%를 차지했던 미 국채 비중은 지난해 6월 기준 약 35%로 낮아졌고 70%를 넘나들었던 미국 투자비중이 지난해 말에는 50% 선으로 떨어졌다. 특히 그는 지난해 하반기 일본 주식에까지 투자해 적잖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SAFE CIO로서의 그의 성과가 정치적 입김에 좌우되는 중국 특유의 정서를 딛고 이뤄낸 것이라 더욱 놀랍다며 "여전히 높은 미 국채 비중이 걸림돌이지만 중국은 그의 눈과 귀에서 희망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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