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LG그룹:12/필리핀 합작 콜린스공장(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신속 품질 팀웍」 전개/효율·능동적 마케팅/독창모델 개발 앞장/“21세기 최고 가전메이커” 전력질주/한때 부품조달 애로… 현지업체 기술·교육지원 「장벽」 뚫어/근로자들 「경쟁력높이기」 한배… 컬러TV등 “비 시장 돌풍”섬과 화산의 나라, 동남아 진출의 교두보인 필리핀은 무척이나 맑은 느낌이다. 남국의 강렬한 햇빛과 우기철 이따금씩 무섭게 쏟아지는 스콜이 모든 것들을 말끔히 씻어내기 때문일까. 한반도의 1.3배인 30만㎢에 루손섬을 중심으로 7천1백50개섬으로 구성된 필리핀. LG콜린스가 지난 88년 진출이래 현지 가전시장을 급속도로 파고들며 「골드스타」를 각인시켜 가고 있다. 올들어 샤프 소니 내쇼날 등 쟁쟁한 일본계 기업들의 강력한 견제를 극복하고 연간 1백20만대 규모로 추정되는 컬러TV시장에서 제품시판 2년여만에 20%를 확보, 점유율 2위를 기록하며 기세를 한 껏 드높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라모스대통령이 해외순방때 방문국에 증정하는 필리핀을 대표하는 가전제품으로 LG콜린스의 미니콤퍼넌트가 채택되면서 LG의 위상은 확고부동해지고 있는 것이다. LG전자가 LG제품의 수입상이던 콜린스와 전격 손잡고 1백60만달러를 40대 60의 비율로 합작투자, 설립한 LG콜린스는 21세기 세계 최고의 종합가전메이커로 발돋움하기 위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메트로마닐라 도심에서 30여분거리로 근래 새로 조성된 개발지역인 파식시에 자리잡고 있는 LG콜린스는 세탁기와 오디오 및 에어콘, 컬러TV 등을 쉴틈없이 쏟아내고 있다. 메트로마닐라의 급격한 도시화로 진출당시 한적했던 이 곳은 일반주택들이 LG콜린스 공장주위를 둘러싸고 있고 공장바로 옆 나대지에는 이 회사제품을 세계로 실어나를 콘테이너들이 한가득 쌓여있다. 회사정문으로 들어서면 대지 7천여평에 연건평 4천8백평의 3층규모 3개동 공장의 하얀벽면에 큼지막하게 씌여진 법인명이 2000년 세계 주요 가전메이커로 발돋움해가려는 강한 의지를 읽게 해준다. 그 것은 공장가동 이듬해인 89년 2백만달러에 불과하던 매출액이 지난해는 5천2백만달러(판매법인 매출액 포함 1억달러)로 급성장한데다 올해는 수출 2천만달러를 포함해 총 6천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무서운 기세로 달려나가는 LG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여기에는 LG가 효율적인 시장개척을 위해 법인설립 이듬해인 89년 별도의 판매법인(LGECP)을 설립, 능동적이고 체계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는 것도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주재원 5명과 현지 근로자 4백60명이 혼연일체로 정열을 토해내는 공장내부에는 「신속 품질 팀웍」이라는 슬로건이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내도록 하는 강력한 원동력이 되고 있는 듯하다. 사무실내 설치된 「생산성모니터링보드」에는 현지직원 각자가 자신의 생산성 등을 날마다 확인 검토하며 새롭게 다져가는 의욕이 가득 배여있다. 공장완공 1년여전인 89년 라인이 먼저 설치된 세탁기생산을 시작으로 오디오(90년) 컬러TV(94년 6월)에 이어 지난 8월부터 에어콘 생산에 돌입한 이 회사는 92년부터 흑자를 시현한뒤 매년 그 폭을 넓혀가고 있는데 올해는 83만달러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늘어나는 수익을 매년 생산라인 확대에 투자, 연간규모로 세탁기는 12만대 오디오 85만대, 비디오및 컬러TV 45만대 에어콘 3만대의 생산캐퍼를 구축한 LG콜린스는 이제는 현지시장은 물론 일본 미국 유럽 등 해외시장도 파고들면서 세계 주요 가전메이커로서의 입지를 착실히, 그러나 튼튼하게 다져가고 있다. LG전자는 당시 갈수록 높아지는 국내 인건비 등 열악한 생산여건과 선진국들의 무역장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세계진출의 교두보로서 충분한 여건을 갖춘 필리핀을 전진기지로 선택한 것. 그러나 진출초기 LG콜린스의 여건은 불안하기만 했다. 극도로 불안정했던 필리핀의 정국은 현지 경제상황은 물론 사업분위기를 위축시켰으며 특히 91년 발생한 피나투보 화산폭발은 설상가상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게다가 원가절감차원에서 부품을 현지에서 조달해야했으나 품질이 크게 뒤떨어진데다 가격도 높아 답답하기만 했다. 김주태 법인장(46)은 『현지진출 초기 이런 시련은 너무나 당황스러웠다』고 회고하고 『그러나 상황에 굴복당하기보다는 이 것을 극복, 개척해야 한다는 오기가 생기면서 문제를 하나하나씩 풀어나갔다』고 밝혔다. 김법인장은 우선 판로확보를 위해 국내서 주문을 받는 방식을 채택했다. 본사에 대한 끈길진 설득을 통해 국내 저가시장 등에 공급할 수 있는 제품을 현지공장서 구입토록 하면서 동시에 부품 공급업체들에 대한 기술지원에도 착수했다. 국내서 필요한 금형을 부품업체들에게 제공하는 한편 이들 회사 기술자들을 한국으로 파견, 기술연수도 실시하는 방식 등으로 꾸준히 품질을 개선시켜 이제는 50여개 협력업체들과 튼튼한 협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몇년간의 노력은 현지는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품질에 대한 인정을 받아 92년부터 흑자를 이룩하는 결과를 야기했다. 내수시장의 경우 오래전부터 진출해있던 소니 내쇼날 등의 일본계 기업들이 가전시장을 거의 장악하고 있던 상황에서 LG콜린스는 이들의 관심이 다소 적었던 민다나오 등 지방을 집중공략하는 전략으로 시장을 파고들었다. 경쟁업체들에 비해 2배이상의 다양한 모델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은 LG콜린스의 경쟁력을 크게 높였고 이제는 일본제품들의 텃밭인 마닐라에서도 격전을 벌이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지난 93년에는 필리핀정부로 부터 수출시장 개척에 공헌한 기업들에 수여하는 「골든쉘」을 수상하기도 했다. 템 마리포스큐 인사과장은 『LG는 그동안 전자부문에 대한 기술지원과 수출시장 개척 등을 통해 필리핀의 산업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해오고 있다』며 『앞으로 회사 경쟁력을 강화, 세계 최고의 전자기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자생력 강화를 위해 자본금 증자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물론 15명으로 구성된 설계실을 운영, 독창적인 제품 디자인 개발에 나서는 한편 생산라인 등에 대한 표준화 작업에 나서 ISO 9002인증획득도 시도하고 있다. LG콜린스는 98년 마닐라서 1시간거리로 공단지역인 말바르에 최소 10여만평을 확보, 공장을 이전키로 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했다. 신규공장 가동과 동시에 냉장고와 함께 CD롬 등 고부가가치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컬러TV와 세탁기 등 기존 생산제품들은 모델을 더욱 다양화하는 한편 첨단기능을 갖춘 제품들로 바꿔 내놓을 계획이다. LG콜린스는 이제 분출하는 용암의 기세로 거세게 전진하면서 2000년에는 5억7천만달러의 매출을 기록, 세계 최고의 가전업체로 우뚝 설 것이다. ◎인터뷰/김주태 콜린스 법인장/안정된 노사관계 바탕 판매·수출 급신장/“앞으로 고부가 제품 생산에 주력 방침” 김주태 LG콜린스법인장(46)은 『LG는 지금껏 전 직원들이 똘똘뭉쳐 숱한 역경을 이겨내며 필리핀내 주요 가전메이커로 완전 정착할수 있었다』며 『그러나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경쟁체제를 헤치고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 지금까지 쏟아온 열정에 더욱 불을 당겨 LG콜린스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확고히 다져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진출초기 어려움은 어떤식으로 극복해 갔나. 『필리핀의 정치경제 불안과 화산폭발 등으로 지난 92년까지는 정말 고된 시간이었다. 공장은 돌아가고 있는데 판로를 열기가 무척 어려웠다. 할 수 없이 급한대로 국내에 역수출하는 방식을 통해 숨통을 틔어갔다. 필리핀내서는 일본계기업들의 위세를 피해 우선 지방시장을 파고드는 전략을 통해 입지를 다져갈 수 있었다. 특히 부품확보가 큰 문제 가운데 하나였는데 직접 금형을 들고 이들 업체에 찾아가기도 하고 필요한 경우 부품업체 기술자들을 한국으로 보내 기술연수까지 시키면서 하나씩 보완해 갔다. 이제는 모든 부문에서 일단 안정궤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직원들과의 관계는.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다. 한때 노조설립 움직임이 일기도 했었다. 그러나 실무 간부진으로 근무하고 있는 현지인들을 통해 생산직원들과의 괴리를 줄여나가고 있다. 또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심으로 하고 매일 아침 회의때마다 21세기 세계 최고 가전업체로 발돋움하려는 회사의 비젼을 상기시켜주면서 의욕을 유도해 가고 있다. 물론 매월 직원 생일파티를 열어주고 회사가 출연, 무이자로 직원들에게 대출해주는 사내론제도를 시행하는 등 다양한 복지 및 서비스 작업을 벌이고 있다. 매년 60명의 직원들에 대해서는 한국연수도 실시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직원들 스스로 노조설립 방침을 철회한 결과를 야기했으며 이직이 거의 없는 안정된 노사관계를 유지하고 힘을 응축, 성장해갈 수 있는 요건이 되고 있다』 ­회사제품이 필리핀정부의 외국 증정품으로 선택된 배경은. 『주로 수공예품을 증정품으로 활용하던 라모스대통령이 싱가폴을 방문했을때 컴퓨터를 선물받고 전자제품도 주요 증정품으로 활용해야 겠다는 결심을 했던 것 같다. 이 과정에서 필리핀정부가 현황파악을 한 결과 LG콜린스의 소형 콤퍼넌트가 우수한 품질과 깔끔한 디자인 등으로 최종 채택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은 LG의 위상을 확고히 해주는 결과가 되고 있다』 ­21세기를 겨냥한 발전계획은. 『너무 협소해진 공장을 확대 이전하면서 종합 가전메이커로서의 위상을 갖출 것이다. 고부가가치제품 생산에도 본격 뛰어들 것이며 대부분의 제품설계와 금형 등을 직접 개발, 자생력을 한층 배가시켜 나가면서 해외시장개척도 더욱 힘차게 시도해 갈 것이다』<마닐라=남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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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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