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우리의 색,우리의 문화/배기효 세계물산대표이사(기업인 문화칼럼)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화제는 뮈니뭐니해도 한일 축구경기에 대한 얘기일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짜증나고 답답하기만 한 국민들에게 극적인 역전승으로 카타르시스를 가져다 주었기 때문이다.어쩌면 우리의 승리는 이미 예정돼 있었던 것이 아닐까. 양국의 유니폼 및 응원단의 색깔이 우리의 태극문양과 같아 해보는 생각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색이 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는 예로부터 흰 옷을 즐겨 입어 「백의 민족」으로 불려왔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흰색을 우리나라의 대표색으로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 흰색은 점차 뒷전으로 사라지고 붉은색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흰색은 깨끗함, 소박함, 고결함 등의 이미지를 주는 한편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에 붉은색은 불같은 정열과 진취적인 기상을 보여 적극적인 인상이 매우 강하다. 과거 냉전시절, 빨간색은 공산주의를 대표하는 색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일종의 색에 대한 편견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 조상들은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우리 고유의 색을 개발하였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완상하며 자연의 색을 생활에 그대로 접목시키려고 애썼다. 쪽빛 하늘이 그대로 담겨진 고려청자·이조백자, 황토의 색을 담은 기와·청기와의 색 등 실로 그 슬기로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색에는 우리민족만의 넉넉함과 정취가 배어있고 세련되면서도 소박한 삶의 향기가 묻어 있는 것이다. 이런 독창적인 우리의 색이 현대에 자연스럽게 계승되어 발전되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우리의 색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것에 대해 긍지를 가져야 한다. 세계화, 국제화라는 것은 우리의 색이 담겨진 우리문화의 토양위에서 이루어 져야 한다. 우리문화의 토양을 굳건히 다지지도 않은 채 세계화, 국제화를 외치는 것은 오히려 우리의 문화를 말살하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의 색을 계승하여 우리의 문화를 세계적으로 알리고 있는 분들이 적지 않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문화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진 이런 분들이야 말로 진정 세계화, 국제화에 앞장서는 선구자가 아니겠는가. 국민들의 우리 색에 대한 애정이 보다 높아져 일상생활 어느 곳에서나 전통 색깔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약력 ▲1936년생 ▲고려대 행정학과 ▲(주)대우 부사장 ▲신성통상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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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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