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최근 해운사들이 일부 사업을 매각하며 일시적인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운임지수나 물동량 등을 감안할 때 해운업황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는 않고 있어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알릭스파트너스는 4일 1,606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선·해운업종 기업의 33%가 앞으로 3분기 내 파산 가능성이 높은 '부실화 위험 높음(High Risk)' 상태라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8월의 75%에 비해서는 절반 이상 줄어든 수치로 관련 업계의 구조조정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알릭스파트너스는 과거 10년간의 재무적인 자료와 주가 흐름을 토대로 500여개의 질문을 중심으로 각 기업의 부실화 정도를 분석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비록 수치상으로는 조선·해운업의 파산위험이 크게 줄었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실제 알릭스파트너스가 분석 대상으로 삼은 조선·해운사 9곳 중 STX조선해양은 지난달 6일 주권 매매 거래가 정지됐으며 일부 해운사는 알짜 자산 매각으로 일시적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됐기 때문이다.
CV 라마찬드란 알릭스파트너스 아시아 지역 대표는 "부실한 기업을 살펴볼 때는 좋은 산업에 속해 있는 나쁜 회사인지, 좋지 않은 산업에 속해 있는 나쁜 회사인지를 고려해야 한다"며 "해운업은 지난 3년간 많은 문제가 있었고 구조조정이 진행돼왔지만 아직 업황 자체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사대상 상장사들 중 26%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부실화 등급에서 '위험' 판정을 받았다. 6개월 전보다 1%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이중 17%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경고' 단계이며 9%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향후 3분기 내 파산 가능성이 높은 '부실화 위험 높음'에 속했다. 업종별로 보면 조선·해운에 이어 금융(31%) 관련 기업들의 파산 가능성이 높았다. 건설·부동산(18%), 중장비(15%), 문화·레저산업(14%)군도 부실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연 알릭스파트너스 한국 부사장은 "2010년 3·4분기부터 부실화 위험이 높았던 기업들이 당시 재무적 방안으로 위기를 넘겼으나 근본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되지 않아 결국 3개월 후 파산하는 경우를 봤다"며 "우리나라 기업들은 재무적 구조조정에만 너무 매달린 나머지 제대로 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선제적 구조조정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