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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ㆍKTㆍLG유플러스 등 기존 이동통신사의 통신망을 빌려 서비스하는 '이동통신재판매(MVNO)' 사업자는 보통 '저가 이통사'로 불린다. 통신요금이 기존 이통사보다 최소 20% 저렴하다는 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단순히 싸다는 이미지로는 국내 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MVNO 사업자들이 저가 마케팅보다는 '차별화'에 방점을 찍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CJ헬로비전의 '헬로모바일'이다. 17일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아예 '저가'라는 말 자체를 안 쓰고 있다"며 "가격보다는 소비자 혜택에 초점을 맞춰 마케팅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CJ헬로비전은 CJ그룹이 갖고 있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최대로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존 CJ원카드 가입자도 '헬로모바일 멤버십'에 가입하면 매월 요금에 따라 CJ원카드 포인트를 1.5~5배 적립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CJ CGV 극장이나 CJ계열의 외식업체, 쇼핑몰 등에서도 쿠폰이나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변동식 CJ헬로비전 대표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단순히 저가로만 승부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모바일을 넘어서는(Beyond mobile) 서비스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CJ헬로비전은 올해 가입자 목표를 30만명으로 잡고 있다.
MVNO 업체 '인스프리트'도 비슷한 생각이다. 이 회사는 단순한 저가 휴대전화와 요금제로 일반 가입자들을 유치하는 대신 기업부문시장(B2B)에 초점을 맞췄다. 예를 들어 유통업체 A사 직원들에게 인스프리트의 휴대전화ㆍ태블릿PC와 전용 요금제를 한꺼번에 제공하는 식이다. 이 휴대전화에는 A사의 업무에 맞춘 물류 관련 서비스가 탑재된다. 교육업체의 경우에는 학생 관리 프로그램이 등록된 태블릿PC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이를 활용하면학생이 써낸 답안지를 선생님의 태블릿PC로 전송 받아 바로 채점할 수 있다. 기업 특성을 감안해 설계한 맞춤형 요금제도 가능하다.
배민정 인스프리트 차장은 "가격보다는 콘텐츠가 주가 되는 MVNO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지나치게 저가 이미지를 내세우는 건 장기적으로 MVNO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인스프리트는 지난 11월 한 교육업체와 솔루션 공급 계약을 맺은 후 현재 금융ㆍ물류업체 등과 서비스 제공을 논의 중이다. 인터넷기업이나 병원, 지방자치단체 등도 주요 타깃이다.
MVNO 사업자들의 '차별화 마케팅'은 업계 전반의 추세가 될 전망이다. '저가 전략'을 고수해왔던 한 MVNO업체 관계자는 "CJ헬로비전 등의 전략을 살펴보고 있다"며 "배울 점을 찾아서 전략 수정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MVNO 사업자들이 내놓는 휴대전화 요금은 기존 이통사에 비해 최소 20%, 많으면 50% 가량 저렴하지만 이 사실만으로는 소비자들의 주목을 끄는 데 실패했다. 현재 10여 개의 국내 MVNO 가입자를 전부 합쳐도 40만명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