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구이 문화와 돼지 품종


이제 우리나라도 육류를 제외한 식단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육류 가운데 돼지고기 섭취량이 가장 많은데 1인당 섭취량이 19㎏을 넘는다. 수입육을 포함한 돼지고기 전체 소비량은 약 99만톤(2010년)이며 좋아하는 부위는 삼겹살 (35%), 목살(30%), 갈비(13%) 순이다. 구워 먹는 것을 좋아하는 식문화의 영향이다.

햄·소시지용 외국산이 대세 장악

돼지고기의 품질은 일반적으로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으로 결정된다. 국내에서 사육하는 돼지 943만여마리(6월) 가운데 대부분은 외국산 종돈(種豚ㆍ씨돼지)을 사용하며 연간 수입액이 1,000만달러를 넘어섰다. 그런데 수입 종돈은 선진국에서 햄ㆍ소시지 등을 생산하는 살코기 위주의 품종으로 한국인의 구이문화에 적합하지 않다. 고기의 맛과 함께 건강, 친환경적인 사육과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한국인의 구이문화에 적합하고 맛이 좋으며 친환경적인 고품질 한국형 돼지 품종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고품질 돼지고기란 도축 후 숙성과정에서 산도(Ph)가 올라가고 고기를 구웠을 때 육즙 빠짐이 적으며 육색이 붉은색을 띠고 씹었을 때 조직감이 쫄깃쫄깃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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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번식능력ㆍ품질 등 형질이 우수한 돼지 품종 개발에는 그런 형질을 가진 돼지의 젖 분비량, 성격, 털 색깔 등이 중요한 고려요소였다. 하지만 지금은 유전자분석 등 첨단기술이 동원되고 있다. 우리 센터도 교육과학기술부ㆍ한국연구재단의 지원과 유전자분석 기술을 동원해 형질이 우수한 돼지 품종 개발 연구를 하고 있다.

국내 연구의 대부분은 형질이 우수한 돼지에만 나타나는 특정 유전자나 소규모 DNA 마커를 활용해 유전능력을 조기 예측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외국에서는 번식능력, 고기 품질 등 돼지의 좋은 형질을 결정하는 분자 마커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며 이러한 유전자들을 수집해 데이터베이스(DB)화하는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우수한 한국형 돼지고기를 생산하려면 첨단 유전자분석 기술을 활용해 특정 형질 관련 유전체ㆍ전사체ㆍ단백질체ㆍ대사체ㆍ후성유전체를 분석, 좋은 형질을 결정하는 유전자 마커를 대량으로 빠르게 발굴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오믹스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단일염기다형성(SNP)도 유전자 구조 및 발현, 그리고 단백질 구조 변화에 따른 유전자의 기능 변화를 초래할 수 있어 형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유전체 마커 가운데 하나다. 우리 센터 연구팀도 최근 돼지도축 후 지질대사ㆍ산화 등에 관여해 육질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체 마커(nsSNP) 15개를 찾아내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발표했다.

첨단기법 총동원 한국형 개발을

세계 최고 수준의 오믹스 기술 개발에는 10년 이상 장기적인 계획과 노력이 필요하다. 모든 분석 결과를 DB화해 유전자 마커를 확보한 뒤 이를 활용해 우수한 종돈을 조기에 선발ㆍ사육해 교배시킨 뒤 새끼한테도 마커가 있는지 몇대에 걸쳐 검증하면 우수한 한국형 돼지 품종을 개발할 수 있다. 삼겹살ㆍ목살 등 선호부위 생산량이 많은 종돈 육종, 번식능력과 육질 개선을 위한 육종개량도 필요하다. 우수한 한국형 종돈을 조기 선발하면 많은 후보 종돈을 사육할 필요가 없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첨단기술로 돼지 육질을 개선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활용, 육질이 우수한 한국형 돼지 품종을 개발하면 소비자의 입맛에 맞고 건강에도 좋으며 수입 돼지고기와 경쟁할 수 있는 한국형 돼지고기를 공급할 날이 올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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